한국일보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

2015-12-04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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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달력이 이제 달랑 한 장 남았다. 새해가 올 준비를 하고 있다.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즈음, 미네소타주 로즈마운트의 구세군 자선냄비에 한 노부부가 50만 달러의 수표를 내놓았다. 미국 구세군 자선냄비에 이만큼 거액인 기부금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전까지 최고 기부액은 2만5,000달러였다.

이 노부부는 익명을 요구하며 젊었을 때 식료품점 앞에 버려진 음식들에 의존할 만큼 어렵게 산 적이 있다며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1일에는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31)가 아내 프리실라 챈과의 사이에서 딸 맥스가 탄생하자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첫딸에게 기부 정신을 선물로 주고 현시가로 450억달러에 달하는 기부를 약속한 그는 사실상 전 재산을 내놓았다.

전세계 인구 절반을 넘는 40억 명 이상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한다며 교육•정보 불평등을 해결하고자 하는 그들 부부에게 전세계가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마크 저커버그처럼 창업을 아메리칸 드림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가 퓨전과 18세~35세 성인 935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로 공동조사하여 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요즘 미국의 20대가 직업을 구하기가 1986년 같은 또래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렵다고 답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1986년 월스트릿 저널과 로퍼가 실시했던 여론조사의 문항을 똑같이 묻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30년의 시차를 두고 ‘아메리칸 드림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2%에서 29%로 크게 늘었다.다만 아메리칸 드림의 일부라고 답한 내용은 실리콘 밸리의 주목받은 창업을 첫째로 꼽는 등 자신의 사업 시작이라 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수백만 명이 대학과 MBA 프로그램 창업교육에 몰렸고 유망한 창업자들은 대학의 유명인사로 환영을 받았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은 졸업 전에 창업에 신중하라고 별도교육을 할 정도였다.
저커버그는 하버드 대학생 때 창업에 성공하고 이번에 99% 재산을 사회 기부 약정함으로써 또다시 젊은이들의 로망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현실은 젊은이들에게 갑갑하기 이를 데 없다. 수년 전부터 많은 대학 졸업자들이 경기 침체로 취업 못한 채 학자금 융자 빚더미만 안고 학교 문을 나서고 있다.

한인가정에도 지난봄에 졸업하여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자녀와 한창 취업 준비 중인 자녀가 있을 것이다. 50군데 이상 채용 원서를 넣고도 취직을 못하기도 하고 풀타임으로 용케 취직 했으나 지극히 낮은 연봉으로 부모 집을 벗어날 엄두도 못 내고 있는 가하면 그 조차 안되어 파트타임 서너군데를 뛰어야 한다. 공부를 더 하려고 메디칼스쿨이나 로스쿨 수십군데 원서를 넣었으나 딱 한군데 인터뷰를 했다고 하는 등 2세들의 앞날이 밝지 않다.

그래도 부모들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아무리 취업난이 심해도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 모두가 들어가기 힘들다 해도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는 사람이 있어. 인내심이 필요해.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잖아.”
올해 가장 멋진 크리스마스 선물을 한 두 사람, 50만달러를 기부한 노부부는 젊어서 버리는 음식으로 연명했고 저커버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앞날이 불안했다. 또 녹색과 빨간색을 구분 못하고 파란 색이 가장 잘보인다는 적록색맹이라니 생활도 다소 불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가장 먼저 자기 자신을 믿었고 자신의 비전을 지켰기에 오늘이 있는 것이다.

어쩌겠는가, 아메리칸 드림이 없다고 생각하던 미국의 젊은이들이 이번에 마크 저커버그로 인해 다시 꿈을 꾸고 훗날, 이뤄낸 성공과 부를 인류에 바치는 고귀한 정신을 이어가기 바란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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