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피인생을 살지 말라”

2015-11-27 (금) 김창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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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눈송이 작가 윌슨 벤틀리는 버몬트주 한적한 시골의 평범한 농부였다. 어렸을 때부터 눈송이에 관심을 가졌던 벤틀리가 하루는 현미경을 통해 눈송이의 아름다운 개성을 발견했다. 그 후 55년 동안 벤틀리는 남이 찍지 못한 5,381장의 ‘크리스털 눈송이’을 찍어 화보로 남겨 저명한 예술가가 되었다.

리더라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나의 영혼의 깃발을 높이 들어 올려 세상에 영향을 주는 삶을 살겠다.”라는 치열한 장인정신과 눈송이처럼 아름다운 독창성 한 가지는 있어야 한다.

영국이 낳은 저명한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남의 흉내 내지 말라. 질투는 무지이며, 모방은 자살이다. 그대가 만일 언덕의 소나무가 되지 못한다면 산골짝 벼랑 밑의 한 송이 꽃이 되라. 무엇이든지 자기가 되라. 남의 것을 주워 모으는 모자이크 인간이 되지 말라. 너는 네 자신이 되라. 자신을 100퍼센트 나타내라.”


자기만의 무늬와 색깔을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전체를 투신하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을 바꾸는 리더가 되기 어렵다. 군중심리에 휩쓸리지 말라. 적어도 리더라면 까마귀가 되지 말고 독수리가 되어야 한다. 까마귀는 무리를 지어 하늘을 낮게 날지만, 독수리는 홀로 높은 하늘을 날아 뭇짐승의 왕자가 되었다.

아무리 탁월한 리더라도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리면, 바로 세속의 평범에 물들고, 주체성 없는 군중에 휩쓸리고 만다. 얼마 전 한국의 유명 여성 작가가 일본 작가 마시마 유키오의 소설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한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처음에 그 작가는 완강했고 단호했다. “작가의 명예를 손상시킨 사람을 보고만 있지 않겠다. 잘 나가는 작가를 흔들고 시기 질투하는 한국의 문단은 문제가 많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전면전도 불사할 듯이 일어섰다. 하지만 표절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놓고 여기저기서 격론이 일어나자, 그 작가는 슬그머니 표절을 인정하고 지금은 한참 뒤로 물러서 침묵하고 있다.

학자이든 예술가이든 작가이든 최고의 경지를 추구하는 장인정신이 확고하면 남의 것을 표절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어떤 일을 대충 대충 하기를 거부하고 최고의 품질을 완벽하게 이루어내려고 올인(All-In)한다. 이런 사람은 남이 것을 내 것인 양 마음대로 취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올린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만든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죽기 전에 두 아들, 오모보노와 프란체스코에게 애써 키운 가업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얼마안가 두 아들은 아버지가 남긴 위대한 유업을 다 들어 먹고 망하고 말았다.

아버지가 남긴 기술을 카피하고 모방하기에만 급급했지 더 이상의 경지를 이루려는 장인적 노력이 결여된 것이 파산의 원인이다. 스트라디바리의 심오한 바이올린 기술과 비밀은 두 아들의 표절 정신 때문에 영영 무덤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아무리 거인의 어깨위에 서 있을 지라도 겸손하게 새 출발하는 장인정신에 깃들지 않는 사람은 암묵적 지식과 기술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없다.

장인정신을 추구하는 사람은 지금의 성취에 만족하지 하지 않는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최고의 경지를 향해 쉬지 않고 전진한다. 이런 자긍심이 있는 한은 남의 것을 자기의 것 인양 표절하고 퍼오는 일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야곱의 삶엔 실수와 우여곡절이 많아 늘 고난이 따랐다. 하지만 야곱은 한곳에 천막을 치고 한 자리에 정주(定住)한 적이 없었다. 야곱은 걸으면서 꿈꾸는 자였고, 경이로운 호모 노마드(homo nomade)였다. 야곱의 삶은 역동적이며 창의적이었으며 카피인생을 살지 않았다. 리더라면 야곱에게 배우라.

<김창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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