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빛과 그림자

2015-11-27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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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새벽 김영삼(88, 임기: 1993년 2월25일~1998년 2월24일)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마자 모든 언론들이 앞다투어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기사를 쏟아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사독재와 맞서 싸운 민주투사로 최초의 문민정부 대통령이었고 1급 이상 공직자 재산 공개, 금융•부동산실명제 도입, 육군내 사조직인 하나회 척결, 5.18 특별법 제정으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 대통령을 법정에 세웠다.

하지만 임기 후반에 한보사태에 연루된 차남 김현철이 뇌물수수 및 권력남용으로 감옥에 갔고 97년 11월 IMF(국제통화기금)는 수많은 실직자를 거리에 나앉게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로 생존한 전직 대통령은 3명이 남았다. 이들 대통령의 공과는 어떤 것일까.

전두환(84, 임기: 1980년 9월1일~1988년 2월24일) 전 대통령은 통행금지해제, 국가보안법 연좌제 폐지, 해외여행 자유화, 각종 프로 스포츠를 육성했다. 컬러TV 보급 및 전자사업 육성으로 장차 한국이 IT 강국이 되게 했다.


하지만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강제유혈진압, 삼청교육대의 인권침해, 언론 강제통폐합, 동생 전경환을 비롯 일가친척 비리, 본인도 1995년 구속되어 특가법상 뇌물수수죄로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받았으며 전두환의 차명재산으로 의심되는 자녀 명의의 부동산과 미술품을 압류 당했다.

노태우(83, 임기: 1988년 2월 25일~1993년 2월24일) 전 대통령은 민정당 대통령 후보로 있으며 6.29민주화 선언의 공이 있다. 88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소련과, 소련 해체직후 러시아와, 1992년에는 중국과 수교했다.
전두환의 군사 쿠데타에 가담했던 그는 5공화국 청산을 주장하면서 5공인사를 비호했다. 4,000억원의 비자금 수수가 사실로 드러나 구속, 사면되면서 추징금을 꾸준히 납부, 미납금은 동생과 사돈인 전 동방그룹 회장이 완납했다.
이명박(74, 임기: 2008년 2월25일~2013년 2월24일)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과 2010년 두차례 글로벌 경제적 위기를 잘 이겨냈고 서울 G20정상회의와 핵 안보회의 등 국제회의 개최,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
그러나 남북 대결국면이 심화되었고 출범 초부터 미국산 소고기 논란으로 촛불 정국 등 국민소통에 문제가 있었다. 형인 이상득을 비롯 친인척측근 비리가 있었고 4대강 사업은 치수와 주변개발이라는 공과 환경을 파괴한 부실사업이라는 과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중국에는 문경지치, 정관지치, 강건지치라 불리는 태평성대가 있었다. 이중 2,200여년 전 중국 한나라 문제와 경제의 치세를 일컫는 문경지치(文京之治)를 예로든다. 한 문제 유항(기원전 202년~기원전 157년)은 고조 유방의 넷째아들로 전한의 제5대 황제인데 통치의 기본 이념은 ‘백성들에게 휴식을 제공한다’ 였다. 이는 오랜 내전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피폐화된 조건에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문제는 친히 논밭을 갈아 농업과 누에치기를 장려했고 농민에 대한 조세와 부역을 경감시키면서 자신의 생활도 검소와 절약을 기본으로 삼았다. 왕후 역시 늘 베를 짜며 일을 했고 실내에서는 치마의 길이가 땅에 끌리지 않도록 했다.

경제(기원전 188년~기원전 141년)는 제5대 문제의 장남으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백성에게 휴식을 제공한다’는 정책을 40여년 실시하며 각 군현의 창고마다 식량이 넘쳐나는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한국의 역대 대통령 중 이 문경지치에 버금갈 태평성대를 이룬 대통령은 누구를 들 수 있을까, 굴곡진 한국의 현대사는 전직 대통령들의 빛과 그림자가 극명하여 쉽게 가릴 수가 없다. 대통령의 공과는 역사에 맡겨도 국민의 체감온도는 즉각적이다. 전직 대통령 임기동안 한국민들은 행복했을까? 아님 괴로웠을까? 당신은 누구인 것 같은가?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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