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묵은 약 버리기

2015-11-26 (목) 12:55:42 김희봉, 환경 엔지니어/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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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시효가 지난 항생제 같은 약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어 느 집이든 약장을 열면 먹지 않는 약병들이 즐비하다. 별 생각 없이 변기에 털어 넣고 플러싱하는 사 람들,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버리 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얼마 전, AP통신이 보 낸 기사하나가 온 미국을 깜작 놀 라게 했다. “미 전역 24개 대도 시 수돗물에서 약품성분 발견돼...” “4,000여만 미국인들의 식수에서 항생제, 경련방지제, 신경안정, 항우 울제, 성호르몬제 등 검출”

이는 AP통신이 약5개월간 미 전 역 도시를 대상으로 자체 조사한 결과라고 한다. 의사 처방이 있어 야 살 수 있는 각종 약성분들이 수 돗물에서 검출된 것이다. 비록 극 소량이어서 인체에 끼치는 해는미 지수란 단서를 달았지만 그 충격 파는 대단했다.


사실 미국인들의 오랜 생활 습 관을 보면 쉽게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미국인들은 처방약의 60%정 도 밖에 쓰지 못한다. 무려40%를 남긴다는 말이다. 유효기간이 지났 거나, 부작용 때문에 다른 약으로 바꾼 탓이다.

이렇게 남아도는 약들을 화장실 약통에 오래 방치한다. 그러다어느 날, 변기를 통해 하수구로 배출하 거나, 다른 쓰레기와 함께 매립지 에 묻어 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의 약사용도 엄청나게 늘 어났다. 지난 5년 간, 미국 내 처방 건수가 무려 12% 늘어난 37억건 에 달한다는 통계다. 처방 없이 사 는 약은 더 많다.

게다가 먹는 약도 문제다. 약을 먹으면 몸 안에서 다 흡수되지 않 고 많은 양이 그냥 배설된다. 이런 연유로 생활 하수속엔 약의 농도 가 나날이 짙어져 간다.

그런데 어떻게 이 약들이 식수 속에 스며들었을까? 대부분 미국 도시들의 하수처리장은 박테리아 가 분해할 수 있는 유기물질과 부 유물질 제거를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다. 극소량의 항암제 같은 독성 물질이나 합성물질들은 처리되지 않고 그냥 빠져 나온다. 처리 안 된 약 성분들은 강으로 흘러 상수 원을, 지하수로 스며들어 우물을 오염시킨다. 매립지에 버려진 약들 도 빗물에 녹아 지하수를 오염시 킨다.

그렇다고 병물 만이 안전한 게 아니다. 병물의 40% 이상이 수돗 물을 재포장한 것이다. 게다가 병 물들은 식품류로 취급돼 수돗물만 큼 까다로운 수질검사도 정기적으 로 받지 않고 있다.

가장 확실하게 약성분으로부터 식수를 보호하는 방법은 하수 처 리장마다 역삼투압 장치를 설치하 는 것이다. 그러나 천문학적 시설비 가 들어 비현실적이다.


다행히 돈 안들이고 확실한 길 이 또 있다. 가정마다 남은 약들을 따로 수거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 려면 국민들의 생활습관이 바뀌어 야 한다. 묵은 약들을 변기에 버리 거나, 쓰레기와 함께 버리지도 말 아야 한다.

묵은 약들을 모았다가 시나 카 운티에서 운영하는 유해물질 수 거시설(household hazardous waste facility)에 보내는 것이다. 이곳에서 모아진 약들을 유타주로 보내 일 괄 소각하게 된다.

성공적인 환경운동의 관건은 습 관을 바꾸는 것이다. 깨끗한 지구 를 위하여, 맑은 물 보전을 위해 옛 습성을 버리는 것이다. 중요한 줄 알지만 지극히 어려운건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다. ” No Drugs No Drain” .

<김희봉, 환경 엔지니어/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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