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영삼 전 대통령님 영전에

2015-11-25 (수) 장성길(전 신한국당 연수원 부원장 / 전 LA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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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께서 갑자기 서거 하셨다는 비보에 수만리 떨어진 이곳 미국에서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깊은 애도를 드리며 삼가 조의와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큰 별이 떨어진 데 대해 한 없이 안타깝고 가슴 아픔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하나님이 정하신 수한을 채우시고 하나님 곁으로 가셨습니다. 그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고 평안히 쉬고 계실 대통령님을 기억하면서 영전에 몇 자 올리고자 합니다.

대통령님은 파란만장한 한국정치사에서 군사정권과의 오랜 투쟁과 민주화 운동으로 결국에는 조국의 민주화를 이루셨습니다. 그렇게 바라시던 민주정권을 수립하시고 화려한 민주주의 꽃을 피우시고 가셨으니 어느 한국인이 대통령님의 서거를 애도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님께서는 그 험난한 과정을 거쳐 14대 대통령이 되신 후 신한국 창조라는 기치를 걸고 전무후무한 국가 정책으로 나라를 다스렸습니다.

군사정권의 뿌리가 있는 군부의 사조직을 샅샅이 도려내시고 전직 두 대통령의 부정과 부패를 드러내 그들이 국민 앞에서 심판받도록 하셨으며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여 한국 금융의 민주화를 일으키신 대통령님, 또한 개혁의 기치를 들고 민주 자유당을 신한국당으로 바꾸시어 신한국 창조를 외치셨던 대통령님을 잊을 수 없습니다.

대통령님은 1995년 7월 워싱턴 국빈만찬 직후 다음날 저에게 조국에 들어와 개혁에 동참하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한 마디 말씀에 미국의 시민권을 버리고 한국 정계에 뛰어들어 앞만 바라보고 민주화 개혁에 동참한 지난 세월이 저에게는 마치 영화의 필름같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1997년 여름 인가요, 광양 제철소를 방문하셨을 때 제 손을 꽉 잡으시며 “고생하제. 참고 있어라” 위로하셨던 대통령님. 1997년 대선에는 이회창 후보를 잘 보필하라고 명령하셨던 대통령님. 대선 두 번을 치르고 저는 한국을 뒤로 한 채 홀연히 미국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2003년 이후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한 저에게 뜻밖의 비보였습니다.

이제 대통령님은 가셨습니다. 그러나 조국의 민주화는 계속 진행되어가고 있습니다. 조국의 민주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입니다. 대통령님으로부터 시작된 민주화는 더욱 힘차게 계속될 것입니다.

통일 또한 그 누구도 거스를 자가 없을 것입니다. 1994년 그토록 바라셨던 조국의 통일을 위해 방북하시어서 김일성과 담판을 지으려 하셨던 대통령님.
비보를 접하면서 대통령님과의 인연과 추억을 다시금 떠올려 보게 됩니다. 대통령님의 숭고한 뜻을 얼마나 잘 받들었는지 회한과 아쉬움도 밀려옵니다.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무쪼록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천국에서 편히 쉬시고 안식하소서.

<장성길(전 신한국당 연수원 부원장 / 전 LA한인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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