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꿈을 꾸는 사람들

2015-11-25 (수) 여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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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노예의 아들들이 주인의 아들들과 형제처럼 사는 꿈, 백인 어린이가 흑인 어린이와 형제, 자매처럼 손을 맞잡는 꿈을 꾸었다. 그의 꿈은 결국 현실로 이뤄졌다. 백인과 흑인간의 인종적 벽을 허물고 흑인에 대한 백인의 차별을 없애면서 미국사회를 획기적으로 변모시켰다.

그 결과 흑인으로 전직 콜린 파월과 콘돌리자 라이스가 미국 최 고위직인 국무장관에 오를 수 있었으며 대통령까지 흑인 버락 오바마가 탄생했다. 그의 원대한 꿈은 세대를 이어가면서 흑인들의 고통의 눈물을 닦아주고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06년 한 소년의 꿈이 지구촌을 놀라게 하는 역사가 일어났다. 세계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유엔 사무총장에 한국인 반기문씨가 선출된 것이다. 고교 시절부터 외교관의 꿈을 키워가던 그는 미 정부가 주최하는 영어웅변대회에 나가 입상하고 부상으로 워싱턴에 초청된다. 그곳에서 접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장래희망을 묻자 그는 ‘외교관’이라고 분명하게 답했다, 그리고 이 길을 향해 부단히 달려가 훗날 그 뜻을 이루었다. 현재 그는 세계의 수장으로서 테러, 전쟁, 난민문제, 기후변화 등 지구촌의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주말 서거한 한국의 고 김영삼 대통령도 그런 인물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중학교 시절, 책상 앞에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는 문구를 붙여놓고 계속 그 길을 향해 달려가 그 꿈을 이룬 인물이다.
그가 서거하자 온 국민이 ‘민주화의 횃불, 거목이 사라졌다’며 그의 업적을 회고하며 깊이 애도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의 일생은 대통령이 되기까지 줄곧 군부에 맞선 민주투사의 외길을 걸으면서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거인의 생이었다.
그는 구속, 가택연금, 단식투쟁 등도 마다하고 군부독재에 정면으로 항거하며 민주화의 승리를 일궈냈다.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라고 했던 그의 확고한 소신대로 그는 그 어떤 핍박에도 불구하고 군부독재를 종식시키고 기어이 문민정부를 탄생시킨다.

재임중 세찬 개혁드라이브로 박수를 받지만 재임 후반기에 차남의 거액 비리혐의, IMF 사태 초래라는 그림자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모든 한국인들이 그의 죽음을 한마음으로 아쉬워하는 것은 그만큼 그가 한국땅에 민주주의 꽃을 피우는데 큰 공적을 남겼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는 임종 직전 ‘통합’과 ‘화합’을 강조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그의 이름 석 자는 사후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섬마을 소년 김영삼, 그는 엄청난 시련과 실패, 고난 속에서도 결국 자신이 꿈꾸던 바를 이루고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그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알았기 때문이리라.
실존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꿈을 가진 사람은 어떠한 상황도 견딜 수 있다. 이들은 그 어떤 장애물도 두렵지 않고 장애물은 오히려 꿈을 실현시키는 징검다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길을 묵묵히 가면 된다. 그러면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고 김영삼 대통령의 생애를 반추하면서 그가 어릴 적 꾼 꿈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요즘 우리 한인젊은이들이 꿈 보다는 현실적 물질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개인을 떠나 사회와 국가,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원대한 꿈을 꾸는 우리 젊은이들이 유독 그리운 오늘이다. 꿈이 있는 자들이 많아야 세상은 살만 하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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