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방송에 지지난 주말 광화문 시위기사로 가득하다. 쇠파이프와 물대포가 충돌하고 수십명이 다치고 많은 경찰 장비가 파손되고 서울의 중심지인 광화문 일대가 저녁 늦게까지 마비됐다. 경찰 추산 6만, 주최측 추산 13만을 평균하면 대략 10만 인파가 서울의 중심가에 모여 데모를 했다면 세계적인 뉴스거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데모를 했는지에 대해선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10만 군중이 동원된 행사라면 심각한 이슈가 있었음에 틀림없지만 언론을 통해서는 폭력과 무질서, 교통혼잡, 시민 불편, 짜증과 쓰레기만 남긴 행사로 비쳐진다. 언론보도가 부실한 것인지 아니면 시위의 이슈보다는 후유증이 더 큰 이슈로 부각됐는지는 알 수없는 노릇이다.
집회와 시위는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지만, 법에서 허용된 한도 내에서 그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은 누구든 잘 알고 있다. 이번 시위도 사전 허가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번 그랬듯이 사전 허용된 장소와 시간 방법을 무시한 불법화 된 시위가 문제가 된 듯하다.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런 식으로 변질된다면, 시민 불편과 교통 혼잡을 야기하는 도심 시위는 허가하지 않는 게 상책일 것 같다. 수많은 군중이 한 밤중에 대통령도 해외 출타중이어서 비어있는 청와대에 가서 무얼 하겠다고 그 난리 북새통을 피웠는지 납득되질 않는다.
독재 정권하에서는 시위 허가가 날 리가 없어 불법 무허가 시위가 성행하였지만 이제 선거를 통하여 정권 교체가 가능한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는데 더 이상 폭력적인 불법 시위가 여론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게 시위 방법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이번 경우와 같이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집회는 그에 걸 맞는 행사 장소 선정도 중요하다. 복잡한 도심보다는 대규모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외곽의 넓고 여유로운 장소가 여러모로 편리할 것 같다. 서을 올림픽 이후로 전국 곳곳에 대규모 경기장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들었다. 경기장 시설에서 매일 운동 경기가 열리는 것도 아닐 것이므로 이를 잘 활용하면 집회와 시위용도로 사용 가능할 것이다.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항이라면 TV를 통하여 전 국민을 상대로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 집회 참석자들 간 치열한 토론을 거쳐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여 관계당국에 건의해서 정책에 반영토록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국회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별도의 시위 집회가 필요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한 것도 문제이다. 특정 단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일방적인 주장이라면 집회 장소 내에서 소화하고 거리로 끌고 나와서 일반 시민들에 불편을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주화 이후 여러 번 대규모 도심 집회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번 경우와 같이 난장판을 연출했던 것으로 기억 된다. 그렇게 해서 무엇이 개선되고 정책에 반영되었는지도 기억에 없다. 그럴 거라면 왜 데모를 했을까? 한번 쯤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쇠 파이프를 휘둘러 문제가 해결될 거라면 맘껏 휘둘러보자. 매스컴에 비치는 모습은 공권력이 매도당하는 형편없는 대한민국뿐이다. 법치를 유지하라고 쥐어준 공권력이 쇠 파이프에 얻어맞고 쩔쩔매는 모습을 보니 이 정권을 믿을 수 있을지 의구심도 든다.
또한 일부 야당 인사들의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경찰 차단벽을 뚫고 시위대가 청와대를 점거하면 정권이 넘어오기라도 하는지 불법 시위꾼들을 따라다니며 부추기는 모습은 보기에 민망하다. 대안 없이 막말과 선동만으로는 정권교체는 불가능할 것이다.
이번 사례와 같이 전문 시위꾼이나 대책 없는 정치세력에 이용당하여 사회적 비용만 낭비하는 불법 난동시위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왜 데모를 했는지는 궁금하기는 하다. 무얼 어떻게 하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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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신환 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