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장 큰 거짓말

2015-11-23 (월)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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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거짓말은 무엇일까? 미 독립선언서에 토마스 제퍼슨은 “모든 인간은 동등하게 태어났다”고 선언했다. 내가 알기로는 이 말이 가장 큰 거짓말인 것 같다. 처음 내가 이 말을 들었을 때 “아, 참 멋있는 말이구나!” 하고 여러 번 탄복을 했었다. 그런데 늙고 보니까 이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았다.

부잣집에서 태어난 자녀를 보고, “저 애는 입에 은수저를 갖고 태어났다”는 미국 속담이 있다. 아마 여기에서 유래된 것 같은데, 하여튼 요즈음 한국에서는 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다이아몬드수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심지어 ‘흙수저’ 계층으로 차별이 나누어져 있다고 하였다. 신문은 “흙수저 계층은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자조적인 푸념에 빠져있다”고 보도했다.

금수저 집안은 자산 200만 달러 이상 또는 연수입 20만 달러 이상을 말한다고 하였다. 그러니까 다이아몬드수저는 빌리언 달러 부자들을 지칭하고 있는 듯싶다. 이에 비해 아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면 흙수저일 것이고, 그리고 낮은 중산층 집안은 동수저일 것이다.


이처럼 인간은 다 다르게 태어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부잣집에서, 건강하고 총명하게 태어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가난하고 둔하게, 그리고 병약한 몸으로도 태어난다. 결코 인간은 똑같이 태어나는 법이 없다. 토마스 제퍼슨은 이런 큰 거짓말을 했는데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주 멋있고 훌륭한 말을 해냈다고 칭찬을 받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다행히도 동수저나 흙수저가 어느 정도 쉽게 은수저나 금수저로 바뀌어질 수 있다. 한국의 유명한 사업가 정주영 회장도 내가 알기로는,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자녀들은 별안간 다이아몬드수저가 되었다.

미국의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빌 클린턴, 해리 트루먼, 아이젠하워 등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도 보통 동수저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스스로가 노력하고, 자수성가해서 대통령이 되었고 그리고 자녀들을 금수저 계층으로 만들어놓았다.

기독교에서는 이것을 하나님의 섭리, 불교에서는, 업보라고 하였다. 만약 하나님의 섭리라면, 자기를 흙수저 태생으로 태어나게 했다고 어느 누가 감히 하나님께 욕을 하고 불평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만약 업보라면, 누구를 탓하겠는가? 단지 우리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인간은 모두 동등하지 않게 태어나지만, 중요한 사실은 노력 여하에 따라 자기의 운명을 어느 정도 바꾸어갈 수가 있다는 점이다. 정주영 회장 처럼, 흙수저를 은이나 금수저로 바꾸어놓으려고 스스로 노력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왕 살 바에야 활기차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조성내(컬럼비아 의대 정신과 임상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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