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IS, 너희에겐 증오도 아깝다!’

2015-11-23 (월)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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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 반군단체인 이슬람국가(IS). 그들은 단순한 테러리스트 그 이상의 집단이다. IS는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수니파 칼리프 국가부활을 목표로 하는 극단적인 수니파 무장단체다. 그들은 이라크 제2의 도시 무술과 시리아 라카 등 주요도시는 물론 유전, 국경지역까지 장악했다. IS는 자신들의 활동을 공개하면서 재정적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실제로 이들에 일부 동조하는 이슬람국가도 있다.

IS가 무기밀매, 장기 밀매, 은행 강탈, 인질 몸값 등 다양한 수법을 통해 축적한 자산규모는 5억 달러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라크 주요 유전지대를 차지해 전쟁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보충하고 있다. 군사력도 웬만한 국가 못지않다. IS 군대는 적게 잡아 30만 명. 그 중 100여 국가에서 온 외국인 전사가 2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성전’을 촉구하는 전략도 먹혀들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지원자들도 군사력을 뒷받침해준다. 대부분 프랑스, 영국, 독일 등 해당국가의 국적을 보유한 유럽 이슬람교도다. 지난해 8월19일 공개된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 참수 동영상에서 그를 살해한 IS 조직원이 영국인이라는 점이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IS가 여느 정부처럼 입법, 사법, 행정부를 갖췄다는 점이다. 몇 년 전만해도 핵심지도부만 제거하면 조직이 와해됐겠지만, 지금은 조직의 2인자가 피살돼도 전혀 동요가 없을 정도로 단단한 시스템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IS는 테러의 모든 것을 한때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의 타깃이었던 알카에다로부터 배웠다. 그러나 알카에다는 그들을 조직에서 쫒아내 버렸다. 수많은 인질들의 참수영상 공개 등 잔혹성이 그 이유였다. IS는 원래 시리아 내 알카에다 산하조직이었지만, 자신들을 배척한 알카에다를 뛰어넘으며 이슬람권 테러단체의 맹주로 자리 잡은 셈이다.

그런 그들이 지난 13일 파리 시내 6~7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자살폭탄 테러와 총기난사, 인질극을 조직적으로 벌여 무고한 시민 1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그들은 일상에서 당하는 테러가 피해자 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공포감을 확산시킬 목적으로 또 다시금 테러를 벌여, 전 세계인들의 공포와 증오를 끄집어내 혼란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삼은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자신들의 행위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더할 나위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온갖 미디어들이 넘쳐나고 SNS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에서 테러가 발생하더라도 그 참상은 24시간 인터넷과 TV 화면을 점령한다. 이것을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테러 공포에 빠지게 된다. 게다가 테러와 관련된 이미지와 글들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지면서 공포는 한층 더 증폭되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것들이 테러범들이 노리는 속셈이다. 따라서 테러범들을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대응방식으로 최대한 빨리 테러공포를 극복하고 평상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제기되는 이유다.

최근 파리 연쇄테러로 아내를 잃은 프랑스인이 IS를 향해 ‘당신들은 내 분노를 가질 수 없을 것’이란 제목으로 페이스 북에 올린 편지가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이 편지에서 “(당신들은) 나의 증오심을 보고 싶었겠지만, 분노와 증오를 당신들에게 돌려주는 건 죽은 희생자들을 당신들과 똑같은 무지한 존재로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내 조국의 사람들을 불신하게 만들고 안전을 위해 자유를 희생하려고 내가 겁을 먹기를 바라겠지만, 당신들은 실패했다”며 ‘테러에 증오로 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전함으로써 많은 이의 가슴을 울리고 있다.

IS는 파리 연쇄테러 후 다음 타깃으로 뉴욕을 지목했다. 우리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 불안과 공포가 밀려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들은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 테러에 철통 대비하는 미국정부를 믿어야 한다. 더불어 최대한 빨리 안정을 찾아 평상심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IS가 노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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