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한국 여행하기 좋은 때다. 햅쌀과 가을이 제철인 꽃게와 대하 등 먹을 것이 풍부해서만은 아니다. 불과 1년 전 달러당 1,000대에 가깝던 환율이 1,170원대로 오르면서 힘이 세졌기 때문이다. 똑같은 물건을 사도 1년 전에 비해 17% 할인을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에서 온 한국 여행자들이 이용할 때마다 확실히 싸다고 느끼는 곳이 있다. 식당이다. 약간 허름한 곳은 점심 한 끼가 5,000원에서 6,000원, 비교적 괜찮은 곳도 7.000, 8,000원이면 충분하다. LA도 한 끼에 7~8달러 하는 식당이 많지만 가격 차이는 보기보다 크다. 환율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한국 가격은 세금과 팁이 모두 포함된 반면 미국은 이것을 원래 음식 값에 얹어야 하기 때문이다. 10%의 세금에 15~20%의 팁, 17%의 환차까지 합치면 가격 차이는 50% 가까이 불어난다.
돈도 돈이지만 밥을 먹고 난 후 팁을 얼마를 줄 것인지 계산할 필요가 없는 것도 한국 식당의 장점이다. 팁은 주는 사람 마음이라지만 웬만큼 서비스가 나쁘지 않고서는 이를 주지 않고 나온다는 것은 그 식당을 다시는 가지 않을 각오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전에는 10% 정도 주면 됐지만 이제는 보통 15%, 많을 때는 20%이상 주지 않고서는 고운 눈길을 기대하기 힘들다.
온 세계에서 팁을 의무적으로 주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주로 영미권 국가들이다. 영국에서도 1600년대 들어서야 팁 문화가 일반화됐고 미국에서는 20세기 초 금주령이 내려지면서 웨이터와 웨이트리스의 수입이 대폭 줄어들자 이를 만회하기 위한 수단으로 널리 퍼졌다 한다. 남부 6개주에서는 팁을 불법화했다 이를 폐지한 적도 있다.
미국에서도 최근 들어 이 팁 문화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팁이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사실상 음식 값의 일부로 바뀐 지금 사실상 직원의 월급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를 왜 업주가 아닌 고객이 부담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팁은 탈세의 온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많은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이를 제대로 보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방 국세청은 총 팁 액수의 40%가 소득으로 보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요식업 종사자 최저 임금을 시간 당 15달러로 올리려는 움직임과 함께 이제는 팁도 정식으로 소득으로 간주해 페이롤에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주 전국 레스토랑 체인인 ‘조스 크랩 섁’은 130개 매장 중 18군데에서 시범적으로 ‘노 팁’ 정책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 대신 직원 봉급을 인상하기 위해 메뉴 가격을 20% 이하로 올릴 방침이다. 뉴욕의 ‘유니언 스퀘어 하스피탤리티 그룹’도 19일부터 팁을 폐지할 예정이다.
일부에서는 팁을 없애면 서비스가 나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한국을 포함해 팁 제도가 없는 나라 식당의 서비스가 미국만 못한다고 볼 수는 없다. 식사 때마다 팁을 얼마를 줄까 고민하는 것보다는 이를 메뉴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한결 간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