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저 계급론과 최저임금 인상

2015-11-19 (목) 최희은(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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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의 눈

요즘 한국에서 SNS를 타고 ‘수저 계급론’이 회자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부모의 힘, 배경, 재산이 2세에게 대물림 되는 것을 빗댄 것이다. 자산 규모에 따라 계급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까지 4단계로 나뉜다.

예를 들어 금수저는 자산 20억원 이상 또는 연수입 2억원 이상, 은수저는 자산 10억원 이상 또는 가구 연수입 8,000만원 이상에 해당한다는 식이다.

20~30년 전만 해도 단순 육체노동으로 충분히 의식주가 해결됐었던 부자나라 미국에서도 이제 빈부격차와 부의 대물림은 골치 거리가 되고 있다. 그 해법으로 등장한 것이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근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전 직종에 대해 시간당 15달러로 최저 임금을 인상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에 대한 소상인들의 위기감도 팽배해 있다. 실제로 최근 전국 레스토랑 협회(NRA)의 자료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업계 종업원의 임금이 시간당 15달러로 오르면 음식 가격은 4.3% 인상된다.
인건비 비중이 전체 매출의 25~35% 차지하기 때문에 매출대비 인건비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출도 16.5~23.1%로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가격 인상 또는 직원 감원이 속출할 것이고, 결국 경쟁에서 도태되는 소상인들은 몰락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되는 사실이 있다. 소상인 몰락이 과연 인건비 때문이냐는 것이다. 더욱 견고해지는 수저 계급과 벌어지는 빈부격차, 소상인들의 몰락은 대기업들 몸집 불리기와 맥을 같이 한다. 스타벅스 때문에 동네 커피샵이 대형마트 체인으로 인해서 델리 가게들은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소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이 늘어나서가 아니다. 매출 감소와 지출 증대가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형 자본가들이 독점하는 그들만의 유통구조, 프랜차이즈들의 자본력에 골목 상권이 잠식되는 것이지 시급 5달러를 더 준다고 몰락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지출 증대의 원인은 되겠지만 소비 심리를 부추겨 매출 증대를 이끌 수도 있다. 지금의 경제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저 임금 인상을 화두로 올려 또 다른 갈등을 촉발시키기 보다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좀 더 적극적인 구조적 개혁이 동반돼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흙 수저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 계급인 플라스틱 수저들이 최소한의 생계 유지를 위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환영하면서도 만족할 수 없는 이유다.

<최희은(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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