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사하는 마음

2015-11-18 (수) 10:03:15 백인경 / 버클리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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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히 하루 일을 마쳤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오랜 습관으로 자리 잡은 걷기를 시작한다. 여름철 해가 길 땐 바닷가 산책로를 즐기지만 요즈음은 일찍 찾아오는 어두움에 상가 쪽으로 발길을 옮기곤 한다.

저녁 무렵 상가의 풍경은 삶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어 좋다. 오늘따라 이 순간 그냥 살아 있음만으로도 가슴 가득히 감사함이 차오름은 아마도 한동안 나를 힘들게 했던 문제가 풀려서이기도 하리라.

얼마 전에 세일즈 텍스 감사 통지를 받았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랴. 난생 처음 당하는 일이기도 해서 지레 겁을 먹었던 것 같다. 그 찜찜하고 불편한 마음은 일상의 모든 정서를 흔들었다. 하지만 요구하는 자료들을 최선을 다해서 보내고는 잘못된 것이 있으면 결과를 받아 들이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한결 편해졌다. 며칠 전 회계사로부터 모든 것이 깨끗하게 끝났다는 소식을 받았을 때의 그 홀가분한 마음, 그리고 감사함이란!가끔씩 찾아오는 삶의 어려움들은 우리가 이미 누리고 있어 습관이 돼버린, 저절로 주어진 많은 것들이 실로 얼마나 엄청난 축복인가를 자각하게 해준다.

평생 앞을 보지 못했던 헬렌 켈러 여사가 ‘단 3일만 볼 수 있다면’에서 간절히 하고 싶었던 일들은 우리가 매일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고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내가 무심히 누리고 있는 많은 평범한 것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이토록 간절한 소망일진데, 이 순간 한 호흡 간에 있는 나의 생명의 존재만으로도 너무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다.

<백인경 / 버클리 문학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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