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로 물든 프랑스 파리

2015-11-18 (수)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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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월11일, 미국인들은 아직도 그날의 처절한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알카에다 테러리스트집단이 비행기를 납치해 미국의 상징 트윈타워와 워싱턴 펜타곤 등에 감행한 폭파사건은 지금도 눈앞에 생생하다. 9시 출근후 얼마 안 돼 신문사 창문을 통해 트윈타워가 불에 타 화염으로 뒤덮이고 TV를 통해 보았던 수많은 인파들이 혼비백산해서 도주하는 아비규환의 현장을...

지금도 그날 테러로 무고하게 죽은 약 3,000명의 시민과 소방관들의 영령을 생각하면 가슴이 시리고 아프다. 14년이 지난 후 그 자리에는 지금 미국의 힘을 과시하는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당당하게 들어서 있다. 테러집단이 무자비한 살상에는 성공했지만 자유와 평화를 지키려는 미국민의 굳센 의지 앞에는 그 어떤 것도 무용지물임을 보여주었다.

지난 주말 프랑스 파리 중심가에 최악의 연쇄테러가 발생,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IS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전쟁을 방불케 하는 치밀한 작전으로 자살폭탄, 총기무장, 인질극 등으로 무고한 시민 500여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아름다운 도시 파리를 순식간에 피바다로 만들었다. 프랑스는 지금 도심전체가 공황상태에 빠졌고 시민들도 불안감과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테러는 이제 프랑스만이 아닌, 전 세계 발등에 떨어진 심각한 문제다. IS가 테러를 위해 결성한 새 십자군 동맹 국가가 60개국이나 되고 이번에 테러를 자행한 범인들 중에는 이라크, 시리아에서 유입된 난민도 끼어있다 하니 앞으로 다른 유럽국가와 미국 등에 유입되는 난민 중에도 얼마든지 테러범들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악몽의 9.11테러를 겪은 미국의 안보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국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IS가 동영상을 통해 공개한 바에 따르면 이제는 또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등을 공격 할 것이라고 하니 이에 대한 공포감이 벌써부터 미국사회를 뒤덮고 있다.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조직은 반드시 격퇴돼야 한다.

프랑스는 즉각 IS 심장부를 향해 대 공습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리 뽑아도 근절되지 않는 잡초같은 테러집단은 언제나 말끔히 제거 될 수 있을까. 세계 각국은 이번 IS테러에 하나같이 경악하면서 지구촌의 안전을 지키자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나라보다 세계 리더 격인 미국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프랑스내 무슬림 거주자는 약10%인데, 이들이 높은 실업률과 주류에 끼지 못하는 소외감으로 정부에 대한 반감도 많다고 하니 미국도 국내외 정책에 참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본토의 안전을 위해 테러집단에 대한 강한 응징도 필요하지만 무고한 무슬림 등 국내외 약자들과 소수민족으로 부터의 반감이 없도록 이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증오는 또 다른 증오를 부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흔히 막강한 힘을 지녔던 로마제국에 비유되곤 한다. 하지만 그런 로마도 결국은 멸망했다. 막강한 힘과 함께 늘 위험요인도 잠복해 있는 미국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인 외교전문가 조지프 나이는 그의 저서 ‘제국의 패러독스’에서 말한다. “헤게모니, 군림하는 태도, 일방주의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약소민족, 약소국가로부터 동경과 함께 증오심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미국은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관용정책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juyoung@koreatimes.com

<여주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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