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는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2015-11-16 (월) 11:37:15

죽는 게 뭐라고 / 사노 요코 지음·마음산책 펴냄
“누가 죽든 세계는 곤란해지지 않아요. 그러니 죽는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요란스럽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 그렇게 소란 피우지 말았으면 해요.” (본문 119쪽)‘사는 게 뭐라고’라는 말에는 살아가는 일에 지친듯한, 염세적 어감이 역력하다. 반면 ‘죽는 게 뭐라고’에서는 초연함과 여유가 느껴진다. 저자는 책장을 채 3쪽도 넘기기 전에“ 나는 곧 죽을 몸이기 때문이다”라며 순순히 모든 것을 인정하고 들어간다. 비교적 모든 것을 덤덤하게 수용하는 그녀지만 “죽는 건아무렇지도 않지만 아픈 건 싫다”며 인간적인 면도 내비친다.
세계적 밀리언셀러가 된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작가 사노 요코는 암 선고를 받은 뒤 늘 그랬듯글을 썼고 그 글이 2권의 산문집으로 나왔다. 지난 7월 출간된 ‘사는 게 뭐라고’는 발병 직후인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쓴 냉소로 가득 찬 글로 작가의 까칠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에 나온 ‘죽는 게 뭐라고’는 암 재발 후 죽기 직전까지 2년의 기록인데 죽음을당연한 것이자 오히려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마주할 수 있다. 책의 일본어 원제는‘ 사는 게…’의경우‘ 쓸모 없는 날들’이었고‘, 죽는 게…’는‘ 죽을 의욕 가득’이었지만 한국의 출판사가 이를 의역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는 살아 있다” 같은 명구가 책곳곳에 반짝인다. 물론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이 말이 ‘못 죽어서 사는 삶’일지도 ‘살아지는 삶’일 수도있지만 그럼에도 살아가는 삶과 그 끝에 놓인 죽음에대해 조금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