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감사절

2015-11-16 (월)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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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머스에 청교도들이 도착한 후 3년을 지내고 매사추세츠 주 지사 윌리엄 브래드퍼드 씨는 감사절 지킬 것을 선포하였다. “높으신 하나님께서 금년에 풍부한 수확을 주셨다. 인디언의 도움을 받아 옥수수와 밀, 콩과 호박, 여러 가지 채소를 심게 해 주셨고 잘 자라나게 하셨다. 숲에서 사냥을 할 수 있고, 바다에서는 생선과 조개들을 넉넉히 거둘 수 있도록 축복해 주셨다.

야만인의 습격에서 보호해 주시며, 여러 질병에서 우리를 지켜 주셨다. 그 무엇보다도 우리는 양심을 따라 자유롭게 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모든 순례자들(Pilgrims)에게 선포한다. 주후 1623년 11월 19일 목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어른 아이들이 모두 모여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이 모든 축복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예배를 드려라.”

미국의 개척은 감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들 ‘건국의 조상들’(Founding Fathers)이 감사의 예배를 드릴 때 그들은 아직 황무지 벌판에 서있었다. 풍부해서 드린 감사가 아니라 황무지에 씨를 심었을 때 열매를 주신 하나님, 겨울에 심한 추위와 싸웠으나 오막살이집을 주신 하나님, 괴롭히는 원주민도 많았으나 낯선 외국인들에게 농사법을 가르쳐주는 착한 인디언을 만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던 것이다.


이들 건국의 조상들은 의지할 오막살이를 짓는 것보다 7배나 되는 무덤을 팔 수 밖에 없었던 추운 첫겨울, 하루 옥수수 다섯 개씩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었던 굶주림 속에서 하나님께 감사하였던 것이다.

우리가 구원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님의 용서의 사랑을 말하며, 행복이라 부르는 것은 하나님의 격려의 사랑을 말하고, 영원이라 부르는 것은 하나님의 끝없는 사랑을 말하며, 천국이라 부르는 것은 하나님의 보상하시는 사랑을 말한다.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 속에서 24시간을 살아간다. 감사는 가장 높은 덕일 뿐만이 아니라 모든 덕의 모체라고 할 수 있다. 선행도 효도도 신앙도 감사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주신 음식을 감사해야 배고픈 사람을 알고, 건강을 감사해야 병든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자유를 감사할 줄 알아야 억압 속에 사는 사람을 동정할 수 있다. 그래서 감사는 관심으로, 관심은 섬김으로, 섬김은 복지로 이어진다. 복지는 제도에 앞서 내 마음의 감사로부터 시작된다.

1863년 남북전쟁의 와중에서 온 국민이 가장 고통스런 역사를 겪고 있을 때 링컨 대통령은 Thanksgiving Day(추수감사절)를 국경일로 선포하였다. “국내외에 흩어진 모든 미국 국민은 이 날을 하늘 아버지의 선하신 은혜를 감사하는 날로 지키라.” 그 후 역대 미국의 대통령들은 추수감사절 메시지를 발표하는 것이 전통이 되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감사절 메시지. “험하고 고생스런 시대, 극히 초라한 경제력을 가졌던 우리 조상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아주 풍요로운 때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미국의 위험은 좋은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는 것이다.” 윌슨 대통령의 메시지.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은덕에 대하여 헌신과 봉사정신으로 감사를 드려라.” 카터 대통령의 메시지. “이 가을날 하루를 추수감사절로 정하여 하나님의 축복을 감사하는 것은 우리 미국인의 슬기로운 마음이다.”

필자의 추수감사절 기도를 싣는다. “굴곡 많던 한 해를 돌이켜보며/ 감회에 넘쳐 기도드립니다/ 아프고 피곤할 때 용기를 주시고/ 괴롭고 외로울 때 소망을 주셨으며/ 일을 주셔서 보람을 갖게 가시고/ 가족을 지켜 주셔서 큰 사고 없었음을 감사합니다/ 고통 속을 헤엄치면서도/ 아주 빠지지 않게 하심을 감사합니다/ 욕심이 채워지지 않음을 불평하고/ 마음대로 안된다고 중얼거렸음을 회개합니다/ 더욱 더 감사하는 마음을 주시옵소서/ 아멘.

<최효섭 (아동문학가/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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