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디엔에이와 홀로그램

2015-11-14 (토)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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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상(난자와 정자의 만남)에서부터 한 인간의 시작은 태동된다. 착상이란 현미경으로 보아도 잘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미세의 세포의 만남이다. 이미 남자와 여자의 몸에서 형성된 디엔에이(DNA)가 착상을 통해 또 하나의 똑같은 디엔에이로 만들어진다. 유전자 검사를 해 보면 부모와 자식의 DNA가 99%까지 동일함을 본다.

디엑시리보 핵산(Deoxyribonucleic Acid)이라 불리는 DNA는 생물의 생명현상에 대한 정보가 포함된 염색체다. 이처럼 한 생명의 탄생은 한 점으로부터 시작된다. 점이란 눈으로도 감지되지 않는 거의 없음(무無)에 가까운 점이다. 이미 이 한 점 안엔 한 인간의 모든 정보가 저장돼 그것이 나중에 한 생명, 즉 한 인간으로 확산된다.

우주의 탄생도 한 점으로부터 시작됐다. 빅뱅(Big Bang)이라 불리는 대폭발은 지금으로부터 약 150억년전에 일어난 것으로 우주물리학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지금 태양을 포함한 은하계엔 약 2천억개의 별들이 있다. 이런 은하계가 또 2천억개가 있다고 한다. 우주는 이렇게 방대하다. 가히 상상할 수 없는 큰 부피를 가진 게 우주다.
그토록 방대한 우주도 한 점으로부터 시작됐다. 한 점의 폭발인 빅뱅에 의해 우주는 시작됐고 지금도 팽창하고 있다. 한 점이란 이토록 중요한 개념을 갖는다. 모든 것이 다 한 점, 한 순간으로 시작된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불을 이루듯 세상의 이치는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돼 인간을 낳고 우주를 낳고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그런데 한 점 안엔 모든 것이 이미 저장돼 있다. 한 점 속엔 청사진(blue print)된 정보들이 다 들어 있어 그대로 되어 진다. 100층의 높은 빌딩도 청사진 없인 건축되어 질 수 없다. 청사진이 만들어진 다음 건축은 청사진에 나와 있는 설계대로 지어진다. 그렇다면 한 인간의 태어남과 우주의 시작도 이미 설계되어진 것이 아닐까.

홀로그램(hologram)이란 용어가 있다. 두 개의 레이저 광선이 서로 만나 발생되는 빛의 간섭현상을 이용하여 입체적으로 나타난 정보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기술이다. 전체, 혹은 완전함이란 뜻의 홀로(holo)와 정보와 메시지란 뜻의 그램(gram)의 합성어다. 우리가 늘 갖고 다니는 운전면허증에 위조방지로 만들어진 홀로그램이 뜬다.

미국태생의 영국물리학자 데이비드 봄(David Bohm)은 홀로그램우주론에서 전체(우주)는 부분들의 조합이 아니며 부분 또한 전체의 일부가 아니다. 부분은 전체를 담고 있고 전체는 모든 부분에서 자신을 현상한다고 밝혔다. 풀면, 하나의 DNA 안에 인간전체가 담겨있고 인간의 몸 모든 부분에서 DNA의 현상이 있음을 알게 된다.

말을 더 확대해석하면 인간 생명체 하나에 우주 전체의 진리가 담겨 있고 우주 전체에 인간생명체의 모든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풀이하면 나와 우주, 우주와 나는 둘이 아니라 하나임을 알 수 있다. 바다와 파도가 둘 같으면서도 하나요 순간과 영원이 분리된 것 같으면서도 하나로 계속됨의 연속이라 볼 수 있듯이.

그리스 언어에 우로보로스(ouroboros)란 말이 있다. 꼬리를 삼키는 자란 뜻이다. 용이나 뱀이 자신의 꼬리를 입으로 삼키는 형상의 원형을 나타내어 처음과 끝의 반복으로 영원성과 무한성을 상징한다. 영국의 천문학자 마틴 리스는 우로보로스를 말하며 우주의 거시세계와 양자의 미시세계의 통합이 미래과학의 과제임을 주장한다.

착상된 한 점의 염색체가 복잡 묘미(妙味)의 한 인간으로 태어난다. 우주는 한 점 빅뱅의 폭발에서 시작됐다. 설계된 것일까. 홀로그램은 보이는 현상을 가상으로 보고, 보다 구체화된 실제, 즉 4차원의 세계가 있음을 제시한다. 시작과 끝이 맞물려 들어가는 우로보로스. 영원성의, 죽음과 탄생의 반복이다. 나는 곧, 우주인가, 아닌가!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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