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명의도 못고치는 병

2015-11-13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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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뉴욕타임스는 물론 TV에 소개된 네팔 안과의사 산두크 루이트가 지구촌 화제가 되고 있다. 루이트는 25달러에 단 5분이면 백내장으로 수년간 실명상태인 사람들에게 빛을 찾아준다. 그가 개발한 기법으로 지난 30년간 12만 건의 수술을 하여 백내장 환자들이 다시 가족의 얼굴을 보고 생업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산두크 루이트는 조국 네팔 국민만이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빈곤국을 찾아다니며 직접 수술하고 자신의 기법을 전수하여 환자들에게 광명을 찾게 해주었다고 한다. 더구나 루이트의 싼 수술비용과 간단한 기법의 성공률은 98%로 미국병원에서 100만 달러 상당의 복잡한 최신기계로 하는 수술의 성공률과 같다고 한다.

특히 지난해 12월 CNN 보도에 따르면 2006년 북한을 방문하여 1주일여 해주에서 백내장 실명 환자들의 눈을 뜨게 해주고 북한 안과의사들에게 수술기법을 전수했다고 한다. 기술특허권을 신청해도 뭐라고 할 사람 없는데 그는 빈곤한 나라와 빈곤층에 대한 자신의 재능 기부로 인류애적 사랑을 베푼 사실이 더욱 감동스럽다.


이 거짓말 같은 뉴스는 현대판 편작과 화타가 살아온 듯하다. 동양에는 최고의 명의(名醫)로 편작과 화타가 있다. 지금도 의술이 뛰어난 명의를 편작이나 화타에 비유할 정도다. 편작은 중국 전설상의 시대인 삼황오제 때의 명의로 죽은 사람도 능히 살릴만한 명의였다 한다. 그는 춘추전국시대 여러 나라를 돌며 의술을 펼치다가 진나라 군주 영거량이 위독해지자 궁으로 불려간다. 영거량은 정치가 상앙과 함께 춘추전국시대 가장 약소국이던 진나라를 가장 부강한 나라로 만든 인물인데 편작은 병이 골수에 든 그의 생명을 다소 연장시켜준다.

화타(145~208년)는 중국 후한말의 의사로 관직에 오르는 것이 싫어 재야에 머물며 환자를 치료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화타는 독화살이 박힌 관우의 어깨를 째고 검게 변한 뼈의 일부분을 긁어내는 시술로 중독을 제거했다. 잦은 편두통을 호소하던 조조에게도 마비산이라는 마취제를 이용한 뇌수술을 권했다가 조조를 살해하려 했다는 의심을 받고 사형 당했다.

중국에만 명의가 있지 않았다. 한국에도 있다. 조선시대 중기에 최고의 명의 허준(許浚, 1539~1615)이다. 허준은 조선 백성들이 중국에서 나고 중국에서 행해지는 의서와 의술대신 우리 산천에서 나고 우리 백성에게 맞는 토양에서 나는 약재와 의술을 통해 심신의 치료를 하자는 뜻으로 1610년 ‘동의보감’을 완성시켰다.

이 의학백과사전은 조선, 청, 일본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켜 청나라 사신으로 간 사람들마다 북경의 서점에서 동의보감이 팔리고 있다는 기록을 남길 정도다. 동의보감에는 매실이 염증을 해소하고 식중독을 예방하며 독감에 도움을 주는 효능이 있다고 나온다. 요즘 매실청이 요리할 때 설탕 대신으로 사용되며 주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편작과 화타가 살아와도, 노벨의학상 감이라는 산두크 루이트도 못 고치는 6가지 병이 있다고 한다. 첫째 정확한 의사의 진료와 충고를 따르지 않는 환자의 교만. 둘째 재물을 소중하게 여겨 자신의 몸을 소홀히 여기는 병, 셋째 지나치게 음식을 탐하는 병 넷째 음양의 균형이 망가져 기가 안정되지 않은 병, 다섯째 극도로 쇠약해진 몸으로 약을 받아들일 수 없는 병, 여섯째 무속 등 비과학적인 방법으로 병을 고치려는 것이다.

이 중에 우리는 어느 쪽인가? 단 한가지만 해당되어도 병이 중해져 고치기 힘들다고 한다. 내 병은 내가 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강하고 독선적인 주장이나 행동이 국가나 사회, 단체, 가정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지는 않은 지. 좋은 습관, 건전한 생각, 사려 깊은 마음이 죽을병도 고치지 않을까싶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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