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정받는 목회자

2015-11-12 (목) 김연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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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목사는 목사가 아니다. 필자가 늘 사용하는 말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떳떳할 수 있고, 어떠한 환경에서도 당당할 수 있으며, 한 영혼을 위한 목회를 한다고 해도 감사하고, 가족에게 존경받고 가족이 인정하는 목사라면 성도들도 인정하고 존경하게 된다는 것이 필자의 지론이다.

그러나 며칠 전 목사라고 더 이상 불릴 수 없을 뻔한 사건이 있었다. 아내와 자녀들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있을 때 뜬금없이 돈을 벌어오라는 것이다. 돈이 있어야 살 수 있고, 돈이 떨어져서 밥을 굶어야 한다는 것이다. 집에 있지 말고 돈을 벌어 오라는 것이다. 일초도 생각하지 않고 목사가 무슨 돈을 벌어 오냐고 반문했다.

지금까지 가족들이 굶어야 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고 목사로 헌신하고 있을 동안은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된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의 말은 인정 할 수도 없었고, 인정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으로 “가진 것을 팔아서 쓰면 되지”라고 답을 하며 알았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부자(富者)에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 가족에게 큰 복을 주셨다. 그래서 주신 복으로 있는 것에 감사하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세상에서 돈을 버는 것으로 경쟁한다면 필자도 자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목사(牧師)직을 할까? 사장(社長)을 할까?”라고 물었다.
목사직도 계속하고 돈도 벌어오는 것이 가족들의 결론적인 생각인 모양이다. “돈 버는 목사님 하면 되지요?” 아들의 대답이다.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드디어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굶어 본 적 있어?”

“…….”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면 끝까지 나를 믿어봐”
필자는 지금까지 목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며 당당하게 지내왔다. 물론 가족들도 굶게 하지 않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목회자 가족으로서 누려야 할 것은 누리며 살아왔다. 이것이 하나님이 우리 가족에게 베풀어 주신 은혜다.

까마귀를 통해서도 엘리야를 먹이신 하나님을 체험하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재정이 있으면 당회의 반대를 설득해서라도 성도와 이웃에게 나눠줬다. 제일 먼저 선교하고, 이웃을 위해 구제하고, 미래를 위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그 다음에 교회를 유지하는데 재정을 사용해왔다. 그래서 재정은 매달 마이너스(minus)다. 선교비도 늘리고, 구제비도 늘리고, 장학금도 매년 늘려왔기 때문이다.

필자의 생각은 돈을 벌기 위해 목사를 해서도 안 되고, 목사가 돈을 벌기 위해 돈을 쫓아가서도 안 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필요에 따라 일을 해서 돈을 버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돈을 벌어 무엇에 쓰려하는지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인정받는 목사는 성도들도 인정한다. 그러나 성도들에게 인정 받지 못해도 가족에게 인정받으면 목사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 목사로서 이런 다짐을 해 보면 어떨까? 가족에게 인정받지 못한 크리스천이 된다면 스스로 크리스천이라 하지 않겠다고…….

“너는 진리의 말씀을 옳게 분별하며 부끄러울 것이 없는 일꾼으로 인정(認定)된 자로 자신을 하나님 앞에 드리기를 힘쓰라 ”(딤후 2:15)

<김연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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