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필종 ‘창살
2015-11-12 (목) 06:30:50
며칠을 여행해
그곳에 이르면, 아마도
옛날에는 세상이 어떠했는지 궁금해 하는
누군가가 기다리고 있을거야.
그러면 나는 전해주겠어. 그 어떤 하늘,
하얀 목욕가운을 걸친 여인,
그리고 내가 찾아갔던 좁은 해협
해전이 있었던 그 곳에 관하여
책상 위에 커다란 지도를 펼치고
창백한 옷을 입은 미래인들에게
계곡 사이에 산들이 어떻게
뻗어있었는지를 말해 줄거야.
이것이 바로 지형도라는 것, 그리고
강에 가득 짐을 실은 배들, 그것이 바로
무역이라는 것이었다는 것을
분홍빛 지역 사람들이
연한 푸른색을 넘어 들어가
불을 지르고 만나는 모든 이를
살생한, 그것을 우리가 역사라 불렀다는 것도
Billy Collins (1941- ) ‘미래’ 전문
임혜신 옮김
창백한 빛깔의 옷을 입은 미래인은 혹시 지구를 잃고 떠도는 우리의 후손이 아닐까. 시간의 강과 골짜기를 넘어 한 때는 지구인이었으나 지구를 잊어버린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우리는 무엇을 말해줄수 있을까. 산과 들과 바다에 관해, 전쟁과 무역에관해, 시와 철학과 사랑과 욕망에 대해서라면 패전한 장수처럼 향수에 젖어 말해줄 수 있겠지. 하지만 파괴된 지구 환경, 그들이 잃어버린 지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임혜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