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

2015-11-10 (화) 김창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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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Apple)’을 말하면 누구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하지만 애플은 스티브 잡스 혼자 일으킨 회사가 아니다. 세 사람이 공동 발기인이 되어 시작한 주식회사였다. 세 사람 중 유명한 두 사람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이다.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초기의 애플 I, 애플 II를 설계 제작했고, 특이한 기술력과 마케팅 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제3의 동업자 로널드 웨인에 대해서는 세상에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다만 로널드 웨인의 행적에 관해서는 안타까운 스토리가 하나 남아있다.

잡스와 워즈니악과는 달리 웨인은 행정력이 탁월했다. 상표 디자인, 광고기획, 문서관리, 회사 운영 매뉴얼 등 중요한 사내 업무는 모두 웨인의 몫이었다. 이 대가로 웨인은 10퍼센트의 주식을 지분으로 배당 받았다. 하지만 웨인은 이 지분을 오래 붙들고 있지 못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회사 창립 12일 만에 2,300달러를 받고 보유주식을 전부 매각해 버렸다.


현재 애플 총 주식의 수는 9억 4,000만 주다. 웨인이 가진 주식의 수는 9,400만 주가 된다. 애플 주식의 시가가 한 주당 500달러라고 쳐도 웨인이 소유한 10퍼센트 지분은 시가 약 470억 달러에 해당하는 거금이다. 어려움을 좀 참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내일을 내다보는 비전이 빈약했던 웨인은 그때의 고난을 참아내지 못했다.

웨인은 눈앞에 직면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는 신속했지만, 미래를 내다보며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만족을 지연시키는 절제능력에서는 실패했던 것이다.

스탠포드대학교 심리학 교수 윌터 미셀은 스탠포드대학교 부설 유치원에 다니는 4-6세의 어린이 216명을 대상으로 ‘만족을 지연하는 능력’을 측정했다. 선생님이 어린이들을 한 명씩 별도로 불러 마시멜로를 보여주면서 바로 먹지 않고 선생님이 다시 올 때까지 잘 참으면 마시멜로 하나를 선물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탁월한 아이들의 학업성취도가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만족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빈약했던 아이들은 대학입학 시기의 SAT 성적도 현저하게 낮았고, 성인이 된 후에도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알코올, 마약에 빠지는 성향이 많았다.

사울에게 치열하게 쫓기던 다윗이 부하들과 함께 엔게디 동굴에 숨어들었을 때다. 사울을 단번에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다윗은 사울의 옷자락만 살짝 베어내고, 목숨을 보존해 주었다.

당신은 리더인가. 현재의 달콤한 마시멜로 한 조각보다는 훗날의 풍성한 하나님의 선물을 더 사모했던 다윗에게서 탁월한 절제력의 비밀을 배우라.

<김창만(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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