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제자들

2015-11-0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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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나 김 / 한국 전통요리연구가

늦가을 국화 꽃망울이 여물었다. 말없는 국화는 꽃망울을 터트리기 위해 마지막 준비로 바쁜 듯하다. 여름내 뜨거운 태양을 가득 품고 머잖아 탐스런 꽃을 피울 것이다. 한해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나에게 전통음식이 우연이면 음악지도는 평생의 필연이다. 한국에서의 음악지도는 좋은 스킬을 훈련시키고 그 목표가 달성되면 대체로 만족해했다. 그러나 미국에선 음악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미국은 다양성의 사회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여러 문화와 사람을 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이런 환경은 “음악은 제자들에게 무슨 의미일까”라는 숙제를 주었다. 내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1년을 결산하는 정기연주회였다. 제자들이 음악적 스킬의 습득에만 그치지 않고 ‘형식을 갖춘 제대로 된 연주회’를 통해 음악적 소통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해서다.


아울러 한번이라도 자신의 연주를 정식무대에서 정확한 ‘제소리’로 듣는 기회와 짧은 시간이지만 본인 책임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무게감을 느끼고 이겨내게 하고 싶었다. 이를 통해 제자들은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고 귀한 존재란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소통의 기본은 허세나 독선이 아닌 자존감을 갖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자존감은 당당함에서 비롯될 것이다. 꽉 찬 국화 꽃망울이 늦가을 활짝 꽃피우듯 제자들도 자존감을 갖고 미국사회에서 활짝 피어나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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