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제 2인자’의 위치

2015-11-03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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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언라이, 화궈펑, 자오쯔양, 리펑, 주룽지, 원자바오. 여기에 하나 더해 리커창. 다름 아닌 역대 중국 총리들의 이름이다.

중국 총리는 상당히 어려운 자리다. 형식상 국무원의 수장이다. 때문에 다른 나라의 행정수반에 준하는 막강한 권리를 행사한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구조가 당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총리 자신이 속한 정치국 상임위원회의 결정 없이는 아무 일도 못한다.

특히 당 총서기의 권한이 강화될수록 총리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든다. 중국의 영원한 총리로 불리며 총리직의 전형을 만든 저우언라이에게 ‘영원한 2인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중국의 총리들은 자신의 모든 권한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에 맞는 특화된 권한을 행사하면서 중용의 길을 걸어왔다. 초대 총리인 저우언라이는 탁월한 외교력으로 이름을 날렸다. 리펑의 경우는 행정업무에 중심을 두면서 2인자의 자리를 지켰다.

이런 중국 총리의 위상에 경제지도자라는 새로운 위상을 더한 것이 주룽지였다. 이후 이런 인식은 후임 총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돼 왔다.

스펙이 아주 화려하다. 최연소 공청단 제1서기(38세)를 지냈다. 최연소 성(省)서기(47세)에, 최연소 정치국 상무위원(52세)기록도 지녔다. 한 때 국가주석 1순위로도 꼽혔다.

한국, 일본, 중국 3국 정상회담에 참석한 리커창 총리를 말하는 거다. 리 총리는 중국 최초의 박사출신 총리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제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커창지수(克强指數, Li Keqiang index)’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리커창의 존재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다. 모든 권력이 제 1인자 시진핑 주석에게 집중돼 있다. 경제정책은 총리권한이라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 권한마저 시진핑이 장악했다.

중국은 매 5년마다 경제개발 계획을 발표한다. 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입안과정에서도 리커창은 배제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동시에 나오는 관측은 총리로서 두 번째 임기(2018년부터 5년간)도 보장 받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것.

더 끔찍한 관측은 아마도 리커창은 정치적 희생양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제가 심상치 않다. 각양 극약처방을 해도 회춘의 기미가 없다. 상황은 더 악화된다. 여론은 계속 나빠진다. 민심을 달랠 필요가 있다. ‘그 때 그 희생양으로 …’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무엇을 말하나. 화려한 스펙의 제 2인자는 위험한 존재란 사실이다. 개인경력도 경력이지만 공청단의 막강한 지원을 받으며 한 때 1인자 0순위까지 손 꼽혔다는 점이 그렇다.

총리로만 머물지 않았다. 결국 제 1인자 자리에 등극했다. 화궈평과 자오쯔양이 그랬다. 이들은 그런데 결국 모두 권력투쟁의 희생자가 됐다.

이는 동시에 덩샤오핑 이후의 집단지도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뭔가 또 다른 황사현상의 전조로 느껴진다면 지나친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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