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화의 씨’

2015-10-28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펜타곤과 미국패권을 소재로 한 ‘전쟁의 집’ 저자 제임스 캐럴은 한때 가톨릭 사제였다. 그가 이분법적인 종교적 사고에 회의를 느끼고 예루살렘을 무대로 쓴 이 책은 수세기 동안 자기 신앙에 도취된 사람들이 예루살렘을 성지로 만들고 이 땅이 메시아의 재림과 계시라 여기며 병적인 열광과 집착을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고 그 열병은 곧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배타적인 적대감이 신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면서 무자비한 살육을 가능케 하였으며, 예루살렘 땅에 대한 인간의 광기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유발시켰다는 게 그의 견해이다.

이처럼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전쟁이나 테러 등은 모두 인간의 배타적인 사고, 끝없는 지배 욕구에 의한 광기로 저질러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구 도처에는 눈만 뜨면 인간을 살육하는 테러와 전쟁이 무수히 자행되고 있다. 그 결과 죽음의 땅이 된 고향을 탈출해 새로운 삶을 찾으려는 난민들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 세계연례 난민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난민 수는 불과 3년만에 40%나 증가한 5,950만 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구촌의 심각한 문제는 종교를 이유로 한 무자비한 참수,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하는 악의 세력 IS의 만행이다. 이 때문에 속출하는 난민의 행렬은 끝이 안보일 정도다. 이 와중에 아무런 죄 없는 어린이, 노약자들이 무참히 죽어가고 있다.

지난번 가족과 함께 난민선을 타고 오다 혼자 떨어져 해변가로 밀려와 죽은 채 발견된 3세 어린이 아이린 쿠르디의 처절한 죽음에 이어, 이번에는 또 내전 중에 폭격을 맞아 병원에서 치료받다 숨진 6세 예멘 소년의 가슴 아픈 절규가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이 소년은 죽기 전 공포에 떨며 “나를 땅에 묻지 말아 주세요”라고 애원했다. 이 어린 소년이 대체 무엇을 잘못했기에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소년의 처절한 죽음은 인류에게 전쟁과 평화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지구촌에는 다국적 연대로 평화를 갈구하기 위한 취지의 국제연합 같은 기구가 있지만 지구를 피로 물들이는 테러 및 전쟁의 종식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인류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끝없는 분쟁과 테러, 대량학살 등이 이어져왔다. 그 결과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속출했으며 나라가 파괴되었고 빈곤, 기아, 질병, 막대한 자원손실 등이 초래됐다.

이것이 남긴 가장 큰 경고는 전쟁은 ‘또 다른 전쟁을 부른다’는 것이다. 전쟁은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하는 곧 인류의 패배나 마찬가지다. 다행히 이에 맞서 지구촌의 안녕을 위해 헌신한 많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과 숨은 공로자들이 있었기에 지구촌의 평화는 그나마 지켜질 수 있었다.

더 밝은 지구촌의 미래는 인류공동체가 ‘평화와 공존이라는 대명제하에 더욱 노력할 때 가능할 것이다. 지구촌의 테러와 전쟁 종식은 정말 어려운 것일까. 교황 요한 바로오 2세의 마지막 당부에서 그 해답을 찾아본다. “여러분이 어느 곳에 있든 끊임없이 평화를 생각해야 한다. 여러분이 뿌린 ‘평화의 씨’는 반드시 여러분 주위의 평화, 모든 사람을 위한 평화의 결실을 맺을 것이다.

전쟁의 비극을 겪고 증오심과 적개심을 안고 사는 젊은이들이여, 화해와 용서를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십시오. 그것만이 여러분과 어려분의 자녀, 여러분의 나라와 지구촌의 평화를 기대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