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에 남북 이산가족 180여명이 감격의 만남을 가졌다. “북의 아버지 오인세(83)씨는 남에서 간 아들 오장균(65)씨와 아내 이순규(85)씨를 만나 흔치 않은 부자상봉, 부부상봉의 모습을 연출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휠체어를 타고 면회소에 입장하는 오빠 남상복(85)씨를 보고 남상순(72) 씨는 통곡하며 끌어안았다. 리흥종(88)씨를 멀찌감치에서 알아본 이는 여동생 이흥옥(80)씨였다. ‘오빠’라고 부르고는 멀리서부터 달려가자 이내 알아본 리씨의 눈시울이 금세 벌겋게 붉어졌다. 옆에 있는 이정숙(68)씨를 가리키며 “딸이야 딸”이라고 알려주자 리씨는 입까지 떨었다.”
이산가족 상봉 첫째 날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다. 65년 만에 만나는 아들과 아내, 80세를 넘긴 많은 이산가족들의 상봉 장면은 다시금 분단의 설움과 안타까움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지난 8월 25일 남북이 합의한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 이행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 현장이다.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수가 13만명이고 이중 3,999명이 지난 20년 동안 상봉 행사를 통해 만났다. 이 신청자중 그동안 돌아가신 이가 6만여명이고, 남북 생사 확인자가 7,600여명이다. 이는 전체 이산가족 신청자중 6% 정도이다. 그러니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직도 남과 북,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가 먼저냐, 평화협정 체결이 먼저냐를 가지고 대결 구도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랜 세월 기족과 친지가 헤어져 서로 안부조차 알지 못하고 살아온 지 70년이 흐르고 있는 지금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의 만남이다.
권력자들에게는 비핵화냐, 체제보존이냐가 중요할지 모르나 분단된 땅에서 살아가는 이산가족들에게는 생사를 확인하고 확인된 가족이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인권이다. 남북은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한 8.25합의대로 전면적인 민간교류 확대를 통해 고통 받고 있는 이산가족들이 하루빨리 서로 간 만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만남이 곧 통일이다. 끊어진 다리를 잇고, 오고 가지 못하는 철도를 연결하고, 분단의 아귀처럼 남아있는 휴전선을 평화의 지대로 만들고, 매년 분쟁이 일어나는 서해 지역을 평화협력 지대로 만들며 개성공단 같은 남북 협력경제 공동지역을 점점 더 넓히는 교류와 협력이 곧 평화이고 통일이다.
남북 경제 교류를 가로막아 고통 받고 있는 기업들에게 교류 협력을 통해 살길을 열어주는 사업이 진행되고, 다양하고 광범위한 민간교류를 통해 남북 서로 간 동질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어야 한다. 말로만 통일 대박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책과 행동을 통해 대박을 만들어 나가는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현 상황에서 남북간 교류 협력의 확대가 그들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 허나 그렇다고 민족의 살길이 평화이고 통일인데 이를 외면할 수는 없지 않은가!한반도 핵문제가 중요한 정치적 사안임은 분명하다. 허나 풀어야 할 많은 남북 간 문제 중 하나이지 이것만을 대화의 조건으로 걸면 안 된다.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자 회담을 신속히 개최하는 것은 물론,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한 합의대로 모든 민간교류를 전면적으로 허용하여야 한다.
‘구동존이’(求同存異). 다른 것은 남겨놓고 서로 동의하는 것 가지고 다시 시작하자는 말이다.
분단 70년을 넘어서며 민족이 살길인 ‘평화와 통일’이라는 큰 뜻을 위하여 이제 좀 더 현명하고 슬기로운 역사적 안목을 가지고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려야 한다.
“만나야 통일이다. 만남의 광장이 한반도 곳곳에 펼쳐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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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 / 미주희망연대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