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국의 총기문화

2015-10-26 (월)
크게 작게
강화인(대학강사)

미국은 더 이상 말을 타고 서부를 향해 달려가며 영토를 넓히는 개척시대도 아닌데 무슨 이유로 총에 대한 애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미국인들에게 야릇한 추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총은 바로 문화차원에서 아마도 그 대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 독립을 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던 개인의 총기소유는 자기방어를 위해 그리고 나아가서는 과도한 정부의 탄압에 시민이 총으로 맞설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1791년 수정헌법으로 그 권리를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1900년에 들어서서 총기제작 회사들은 수익을 올릴 목적으로 총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광고하기 시작했다. 공기총, BB gun들이 10대 소년들이 아버지로 부터 받는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기 시작했고, 바야흐로 명절마다 총판매가 늘어나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의 62 퍼센트가 Bushmaster에서 총이었던 것이 바로 디지털 기기들이 나오기 전까지의 상황이었다.

위험을 감수하며까지 아이가 과연 총을 지녀도 되는가는 아내의 고민이다. 그럴 때 남편은 이렇게 설득한다. “남자 아이가 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따라 나서는 것은 극히 정상이며 즐거운 일이다. 아들이 하루 빨리 총이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을 배워야 하며 아버지 사냥꾼은 자기가 알고 있는 총에 관한 모든 것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1905년 공기총 광고를 보면 총은 남성다움과 힘 그리고 자신감을 갖게 해주고 항상 깨어있게 만들어 훗날 비즈니스 리더가 되는 연습을 시켜준다고 말한다.

총을 규제하여야 총으로 인한 사고를 막겠건만 총은 소유하고 싶고 그러다보니 어처구니없는 대안만 이야기한다.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사건후 Amendment II라는 회사에서 만든 400달러짜리 어린이용 방탄 백팩이 히트를 쳤고, 텍사스에선 학교선생들이 무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총 가게 주인은 학교선생님의 슈팅레슨을 할인해 주겠다고 하며, 학교에는 총기 사고 방지를 위해 총을 찬 보안관들을 세워야 한다고 외친다.

국회가 2012년 샌디 훅 초등학교 사건으로도 총기 규제를 통과시키지 못한 마당이라 찰스턴 흑인교회에서 일어난 백인에 의한 총기사고 때는 아예 총기규제를 부르짖지도 않고 가해자를 용서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 3억 인구에 3억 이상의 총이 개인 소유로 있다. 개척시대를 지나 대중문화매체가 만드는 모든 흥행물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총이 난폭한 무기가 아니라 추억의 환상적 크리스마스 선물로 기억되고 있는 한 우리는 어처구니없는 위험 속에서 그저 하루하루 요행을 바라며 살아가야 하는 곳이 미국인 것 같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