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et’s Go Mets!’

2015-10-2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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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논설위원)

미국 프로야구에 대표적인 3대 저주가 있다. ‘밤비노 저주’, ‘블랙삭스 저주’, ‘염소의 저주’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밤비노 저주는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에 얽힌 저주다. 밤비노란 이탈리아어로 아기라는 뜻이다. 베이브와 발음이 비슷한 베이비에서 나온 말이다. 1920년, 보스턴 레드삭스는 유망주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로 이적 시켰다. 이후 양키스는 베이브 루스의 활약을 시발점으로 2002년까지 26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반면 레드삭스는 베이브 루스의 이적 후 80년이 넘도록 한 번도 우승을 못한다. 밤비노 저주는 레드삭스의 2004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깨졌다.


블랙삭스의 저주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승부조작 사건으로 생긴 저주다. 1919년 화이트삭스는 신시내티 레즈와의 월드시리즈 9전5선승제 승부에서 3승5패로 무너졌다. 화이트삭스 우승 좌절과정에서 선수 8명이 도박사들과 짜고 져주기 경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역대 최악이 이 승부조작 사건은 팀 상징인 흰 양말을 빗대 ‘블랙삭스 스캔들’로 불리게 된 것이다. 블랙삭스 저주는 화이트삭스가 지난 2005년 우승할 때까지 86년이나 이어졌다.

염소의 저주는 아직도 남아있는 시카고 컵스의 저주다. 1945년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가 열린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 그곳에서 머피라는 이름의 염소를 데리고 출입한 시카고 팬이 염소의 악취 때문에 쫓겨난다. 그는 떠나면서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다’라는 저주를 남겼다. 그리고 당시 2승1패로 앞서던 컵스는 3승4패로 우승을 내준다. 그리고 그때부터 2015년 현재까지 60년 동안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다.

올 시즌 영화 ‘백 투 더 퓨처2’의 월드시리즈 우승 예언도 소용없었다. 메츠에 4연패로 스윕(sweep)을 당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또 다시 염소의 저주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메츠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2000년 이후 15년 만이다. 우승하면 1986년 이후 29년 만에 정상에 등극하는 것이다. 메츠는 1962년 뒤늦게 뉴욕을 연고로 팀을 창단했다. 1969년과 1986년 2차례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1973년과 2000년은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그쳤다. 그리고 2006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창단 이후 7년 동안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던 메츠가 1969년 100승62패로 첫 포스트 시즌에 나선다. 야수 전원은 20대, 투수는 2명 빼고 모두 20대로 젊은 선수들이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겨룬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올해처럼 스윕. 월드시리즈에선 당대 최강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상대로 패배예상과 달리 4승1패로 가볍게 우승을 차지한다. 그렇게 ‘어메이징 메츠’의 전설은 시작됐다.

2015년 월드시리즈! 메츠가 젊은 선수들의 잠재력 폭발로 드디어 ‘어메이징 메츠’의 재연을 꿈꾸며 비상하고 있다. 이번 월드시리즈의 우승은 젊고 강력한 선발진에 달려 있다. 투혼을 불사르는 에이스 맷 하비. 최고시속 99마일(159.4㎞)의 싱커를 구사하는 ‘천둥의 신’ 노아 신더가드. 상대팀 클린업을 봉쇄하며 포스트시즌 전승신화를 쓰려는 제이콥 디그롬. 안정적인 투구의 루키 스티븐 마츠. 바로 그들의 어깨가 중요하다.

더불어 단기전에 구원처럼 나타난 대니얼 머피의 활약여부도 마찬가지다. 그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터뜨린 홈런 숫자만 7개. 6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역대 최초의 기록을 세워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메츠의 월드시리즈 우승은 젊은 선수들이 얼마만큼 실력을 발휘하느냐가 관건이다.

월드시리즈는 내일(27일)부터 시작된다. 메츠의 승리에 우리 모두 박수치며 응원하자. ‘렛츠 고 메츠(Lets go Mets)’도 힘차게 외처보자. ‘어메이징 메츠’의 전설이 꼭 재연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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