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황하는 한국의 젊은이들

2015-10-2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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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길 (수필가)

오늘의 한국은 심한 빈부격차로 신음하고 있다. 없는 서민들은 가진 자들과 신흥 귀족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허탈에 빠졌다. 심지어는 ‘갑과 을’ 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살기 어렵다. 대학 가기 힘들다. 취직하기는 더 어렵다. 자기 집 장만은 까마득하다. 이런 사회 속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생겨난다. 너를 눌러야만 내가 일등 할 수 있고 성공 할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에 빠진다. 이러한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들은 실패자로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우리 모두는 행복해지려고 공부하고 일하고 결혼하며 살아간다. 입시지옥이라는 말 속에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를 하며 일류 대학에 들어가야 하고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여기저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나이가 들도록 결혼도 할 수 없다고 푸념이다. 젊은이들에게 미래가 없다면 나라의 앞날도 어두워질 것이다.

나는 1989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에 이민 왔다. 장을 보러가서 100달러어치를 사면 카트에 가득이 담아 왔다. 지금은 100달러어치가 카트 반도 차지 않는다. 그 사이에 물가도 렌트비도 학자금도 엄청나게 뛰었다. 빚을 내어 대학을 마치고 졸업을 했으나 취직이 안 된다는 이야기는 흔하게 듣는다.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나오고 잘 나가는 의사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이민을 왔다. 미국 의사 자격증을 얻으려 몇 번이나 도전했으나 언어 문제에 막혀 실패 했다. 생활을 위해 슈퍼마켓에서 일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국 신문을 보고 미국 뉴스를 듣고 유창히 말을 하고 영어로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이다. 지금도 궂은일을 할 수 있는 저임금의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미국의 정치인들 중에는 이민으로 유색인종이 더 많아지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이민문제는 중요한 정치 문제가 되었다.

고국의 젊은이들이여 언제 어디서나 비슷한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용기를 내어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한 번 더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떠한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가 오염되어가는 연못을 청소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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