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의 세금 납부

2015-10-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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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 (목사)

오랫적 아버지의 월급날은 매달 25일 이었다. 어머니는 그 25일을 크리스마스 보다 더 손꼽아 기다리셨는데 아버지가 가져오신 쥐꼬리만한 월급봉투에는 이미 소득세니 갑근세니 하여 엄격히 공제되어 있었고, 신문값, 전기세, 공과금에다 십일조까지 제하고 나면 얄팍한 월급봉투를 주시고 “어떻게 이 달을 살아갈꼬!” 가벼운 한숨짓던 어머니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텃밭에 양계를 하여 6남매를 대학까지 다 보내셨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더니 어떤 한 목사도 종로에 있는 큰 교단본부에서 근무할 때, 월급 40만원을 받았다는데, 그 월급봉투에도 소득세니 무슨 이름도 낯선 세금까지 다 공제되어 얄팍한 봉투를 집사람에게 염치도 없이 건네주었단다. 집값, 전기세, 오물세, 십일조까지 공제한 집사람의 얼굴 속에서 그 옛날 어머니의 한숨짓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어느 추운 날 주일아침, 서울 대형교회에서 목회하는 동기 S목사로부터 설교청탁이 있어 갔는데, 두툼한 월급봉투를 꺼내며 매달 똑같은 액수 300만원 박봉을 준다는 불평이었다. 그것도 소득세, 전기세, 자녀교육비, 생활비 등 한푼도 내지않고 호화 APT에다 승용차까지 제공받고, 판공비 뿐만 아니라 심방가서 받는 감사헌금 봉투도 자기 몫이라 한다.

그날 할 말을 잃고, 자본주의에 대한 깊은 회의심까지 느꼈다. 어떤 할 일 없는 교회들은 목사 생활비 많이 드리기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한다. 교회에 돈이 깊숙이 개입되면 반드시 세속화되기 마련이다.

성도들의 피 같은 헌금은 엄격히 교회의 수입의 개념이 아니고, Donation의 개념이기에 사도행전의 일곱집사들 처럼, 마음도 비우고 통장도 없애고, 마치 저축하면 썩어진다던 광야의 만나의 개념으로 반드시 고아나 과부, 어려운 사람을 위해 먼저 지출되는 돈이어야 한다. 현대교회들의 재정관리는 어떻게 행해지고 있나? 궁금하다.

올해도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종교인 세금납부 문제로 해묵은 논란을 거듭하고, 이젠 다들 찬성하고 있는 이 마당에 국회의원 총선 선거 표심이 종교인 세금납부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다.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 것은 하나님께(마22:21)’란 예수의 말씀이 생각나서 해 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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