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역사는 미래의 거울 ‘

2015-10-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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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주필)

오늘의 급성장한 대한민국을 보며 세계인은 기적이라 칭하며 부러움과 존경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어찌 된 일인지 한국에서는 무슨 이슈만 나오면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야단이다. 세대간, 이념간으로 나뉘어져 죽기 살기로 다투기 때문이다. 요즈음 역사교과서를 놓고 온 나라가 연일 시끌벅적한 것도 그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발단은 한국정부가 현행 교과서중 일부가 죄편향돼 있다며 이를 획일화시켜 바로 잡겠다고 나오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야당과 근현대사학회 및 역사학자들은 다양화, 열린 사고를 강조하며 이러한 정부의 방침은 군사정권 시절에나 가능한 일,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한국은 이제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인데 어째서 이런 문제 하나 제대로 정립하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민주주의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해가는 것인데도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늘 들끓는 혼돈은 정체성의 혼란이 아닐까 싶다. 한나라의 민족은 적어도 정체성이 같아야 되는데 한국은 보수, 진보 양측이 극명하게 다른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온 국민이 공통된 역사관을 갖기 위해서는 국가에 대한 다양한 역사인식을 어떻게든 하나로 묶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급성장은 무수한 고난과 고통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고난은 잊지 말되 영광은 자부심으로 기억해야 할 일이다. 어느 것은 빼고 어느 것은 삽입해서 역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욕과 영광의 역사를 모두 기록해 후대에게 자랑스럽게 넘겨주어야 한다. 그들은 그것을 거울삼아 당당한 한국인으로 세계에서 당차게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 내 견해는 되고 다른 견해는 안 된다는 사고는 합리적이지 못하다.

역사는 결코 과거가 아닌 오늘을 사는 우리의 삶속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역사이다. 이를 올바로 이해하고 집필해야 오늘과 미래를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바로 역사세우기를 바로 하는 데서 나온다. 한국정부가 획일적으로 역사 집필을 강행하는 것으로는 역사가 바로 설 수 없다.

역사는 영웅이나 호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이 만들어낸다는 자각과 인식, 국민스스로가 역사의 주인이라는 인식하에 만들어질 때 진정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대한민국은 엄연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조항을 상기한다면 역사의 기록은 어느 권력기관이나 힘 있는 실력자가 마음대로 관장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성공한 것이나 실패한 것이나 냉철한 시각으로 세우는 것, 그것이 바로 새 역사를 창조하고 미래 세대가 본받고 배울 수 있는 기록이다.


‘역사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요, 미래의 길잡이’ 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역사가 교육적인 이유는 우리에게 역사자체가 성찰과 반성의 자료가 되며 좋은 삶을 영위하도록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이 제대로 되려면 과거나 현재 곁으로 성큼 다가와야 한다. 그래야 살아있는 역사가 되고 역사교육다운 것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시대변화와 흐름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을 최우선으로 한 인간의 역사와 이를 가르치고 배우는 역사교육일 때 가능하다. “역사는 후퇴가 없고 영광과 치욕을 함께 엮어간다”는 어느 역사가의 말이 새삼 떠오르는 요즈음이다.

juyou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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