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계영배(戒盈杯)의 교훈

2015-10-2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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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규 (목사)
강원도 산골에서 질그릇을 만들던 우삼돌은 도예가인 좋은 스승을 만나 당대 최고의 도공이 되어 백자를 만들어 왕에게 진상하고 왕에게 명옥이라는 이름과 함께 큰 명성을 얻게 된다. 그러나 우삼돌(명옥)은 술과 여자에 빠져 명성과 부를 모두 잃고 다시 질그릇을 만들어 시장에 내다 파는 신세가 된다.

질그릇을 배에 싣고 가던 중 큰 풍랑을 만나 간신히 살아남게 된 우삼돌(명옥)은 자신의 지나간 삶을 뉘우치고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그릇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한 후 속죄의 마음을 담은 작은 술잔을 만들고 계영배(戒盈杯)라는 이름을 붙인다.

절주배(節酒杯)라고도 하는 계영배는 안쪽에 작은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 안에는 말굽 모양의 관을 넣어 그 관이 잔 밑으로 연결되게 하여 바닥에 구멍을 뚫어 놓았다. 이 잔에 만약 70% 이상의 술을 채우면 술이 전부 밑으로 흘러 내려가 하나도 남지 않도록 만든 술잔이다.


이 술잔은 대기압과 중력의 차를 이용해 액체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하는 ‘사이펀(siphon)의 원리’가 작용한다. 관의 높이까지 액체를 채우면 새지 않으나 관의 높이보다 높게 채우면 관 속과 물의 압력이 같아져 수압 차 때문에 내용물이 흘러나오게 되는 것이며 이 원리를 이용하여 만든 것 중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변기가 있다.

계영배를 사용한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 넘치는 것은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다. 도공인 우삼돌(명옥)은 자신의 인생에서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이것이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망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을 깨닫고 모든 일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교훈을 얻고 계영배를 만들게 된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부와 명예와 권력을 좋아한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과 능력에 맞도록 적당한 것은 자신에게도 유익이나 넘치는 것은 계영배에 술을 채우는 것과 같이 손에 쥐어 봐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무소유(無所有)가 될 뿐이다.

요즈음 단체를 이끌어 가는 대표(장)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자신의 유익을 위해 단체의 장이 된 듯한 인상을 주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단체를 이끈다면 자신의 이익이나 유익보다는 단체에 속해 있는 회원들이나 그 단체에 이익이나 유익을 줘야 한다. 이것이 단체장이 가져야 할 기본 상식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왜 생겼을까? 자신도 절제하고 관리하지 못하며 나아가 가족도 돌보지 못하며 어찌 단체의 장이 되고 또는 되려 하는 것일까? 기본이 되지 않은 자가 단체의 대표(장)이 되려 한다면 이는 그 단체에 누를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속해있는 회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범죄행위에 해당된다.

성경에도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함은 넘어짐의 앞잡이라고 쓰여 있고, 또한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는다고 분명히 쓰여 있다. 사람들 앞에서도 중요하지만 하나님 앞에서 부끄러울 것이 없는 사람, 부족하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적당한 기준으로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지혜롭고 정직하며, 겸손한 사람이 많으면 그 단체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얼마나 행복할까?

“욕심이 많은 자는 다툼을 일으키나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풍족하게 되느니라.”(잠언 28장 25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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