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글을 사랑하는 마음

2015-10-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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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뉴저지 지역에 중 고교 동기들이 꽤 살고 있다.

그 중 반 이상이 근 50년 전에 유학 와서 졸업 후 전문직에 종사하다가 요즘 은 풍족한 은퇴 생활을 하고 있다. 나는 90년도말 환갑이 지나 미국에 늦게 이민 왔다. 오래간만에 이 친구들과 어울리 면서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우리 글, 우리 말에 대한 그들의 깊은 애정이다. 수필을 써서 신문사에 보내기 전에 몇 명 친구가 모인 자리에서 보여 준 적이 있었다. 한국에서 60평생 살아 온 네가 왜 이렇게 한글 쓰기가 엉망이냐고 한심하다는 투의 책망을 들었다.

철자와 맞춤법, 띄어쓰기, 쉼 표 등을 정확하게 수정하여 주었다. 공기처럼 일상 접하는 한글이라 귀한 줄 모르고 무심히 대하다 보니, 모국어도 외국에 오래 산 친구들 보다 더 쓸 줄 모르는 지 경에 이른 내가 창피스러웠다. 그 친구들 직업이 한글 쓰는 것과는 거 의 무관한 전문 의사, 식품회사 종사자였는 데도 한글 문법과 문장쓰기 등에 해박했다.


또 한 친구는 인터넷으로 교습을 받아 한 글 교사 자격증까지 딴 후 자기 부담으로 교실을 내서 한인 2,3세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었다 조국을 떠난 후 오랜 세월 영어권에서 생 활하면서 조국과 모국어를 잊지 않고 이런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대단한 놀라움이었다.

특히 오염되지 않은 고운 그때 서울 말씨를 제 억양으로 그대로 말 하는 것을 들으니 정이 듬뿍 솟았다 우리 세대는 일제 말기에 태어나서 해방, 동족상잔의 처참한 동란, 두 번의 혁명 등 격 동하는 역사의 격랑에 휘말려 갖은 풍파를 겪으며 성장했다. 그 와중에 모진 가난과 사 회에 만연된 부패, 각종 부조리에 분통을 삼 키며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꽉 막힌 사회에 서 답답하게 살고 있었다.

요행히 유학이나 해외이주 기회를 잡은 행운아들은 출국 비행기를 타면서 대부분 한국에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 며 떠났다. 그렇게 떠난 그들이 오랫동안 타향생활을 하면서도 열악했던 조국을 잊기는커녕 한국 인의 자긍심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 왔구나 하는 감흥이 일었다. 참 멋있는 친구들이며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이다. 아침 (10/9) 조간 신문을 펴드니 지면 1면 에 100명 이상의 외국인 학생들이 “ 한글날 축하해요 “란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 기사가 눈에 띄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해서 세상에 펴낸 것을 기념하고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기리기 위한 한글날이었다.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글자, 한글의 우수성과 위 대함에 대해서 일깨워 주는 날이었다. 한글은 어떤 소리도 표시 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소리문자이며 문자 배열이 조직적이 고 과학적이어서 배우기가 쉬워 한국을 세계 에서 문맹율이 가장 낮은 문화민족으로 우 뚝 서게 했다.

한글은 남북한을 포함해 8,000만 명이 사용하는 세계 13위대 국어다. 한류의 바람에 실려 세계로 퍼져, 머지않아 한글 쓰는 사람 이 1억명에 이를 것이라 한다. 고유한 자기 나라 글자를 가진 국가는 20여 국가에 불과 하다니 큰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김상준(비영리단체 근무/ 팰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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