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골수기증 등록=생명 희망의 끈

2015-10-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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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훈<취재부기자>


"한인 골수기증자를 찾습니다." 지난 주말 본보에 실린 버지니아 린치버그의 치과의사 송연선(47)씨가 갑작스런 백혈병 진단과 함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10월10일자 A3면>는 기사의 제목이다. 잊혀 질만 하면 한 번씩 지면에 등장하는 기사제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재생 불량성 악성 빈혈로 병마와 사투를 벌이며 골수기증자를 애타게 찾던 다섯살 최승리양의 기사가 본보를 통해 보도된 뒤 전미주 한인사회에서 골수기증 캠페인이 큰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다행히도 승리양은 기적적으로 골수기증자를 찾아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후 해마다 2~3차례 한인 골수기증자를 찾는다는 전화가 본보에 걸려온다. 승리양을 비롯해 한인 입양인 여성 맨디 퍼트니씨, 버지니아의 중년 가장 김태형씨, 30대 한인 약사 로리 남씨 등의 취재를 거치며 자연스레 골수병 환자 취재 전문이라는 타이틀까지 달게 됐다.

이들을 취재하며 가장 힘든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백혈병, 골수암, 림프종’ 등 난치병과의 힘겨운 투쟁을 벌이는 저마다의 안타까운 사연을 직접 듣는 일이었다.

송연선씨의 사연을 처음 전해준 사람은 그녀의 아버지였다. 떨리는 목소리로 딸의 상태를 전하던 이 70대 남성은 생면부지의 기자에게 "제발 딸을 살릴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이럴 때면 이들을 도와줄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스스로가 원망스러워 지기도 한다.

사실 이 같은 골수병 환자들은 언론사 기자를 만나기 전까지 골수기증자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을 한다. 우선 피를 나눈 가족들 가운데 골수가 일치하는 사람이 있는지 찾아본 뒤 전미골수기증 협회 등을 통해 유전자가 일치하는 기증자가 있는지 알아본다. 그리고는 골수이식에 적합한 기증자가 기적적으로 나타날 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이 바로 언론사를 찾아 불특정 다수에게 골수기증 참여를 호소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성공을 보장받기 힘들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결코 놓을 수 없는 마지막 희망의 끈이다.

한인 골수병 환자들이 가족 이외의 타인으로부터 적합한 골수를 찾는 일은 타인종에 비해 특히나 어려운 일이다. 골수 기증에 대한 우리 한인들의 참여는 인종별로 따져도 최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미골수기증협회에 등록된 골수기증자 900만 명 가운데 70%가 백인이며 아시안의 수는 7%에 불과하다. 더구나 아시안 중에서 한인 등록자 수는 6만8,000여명으로 전체의 1%에도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송연선 씨와 전화를 통해 나눈 대화 중 아직도 머릿속을 맴도는 구절이 있다.

"내 소식이 한인사회에 전해져 나를 위한 골수기증 캠페인이 시작된다 해도 어쩌면 나는 그 도움을 받지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와 같은 또 다른 한인환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가능한 많은 한인들이 골수기증에 참여해주기를 간절히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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