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약자에게 무례하지 말라 (김창만 / 목사)

2015-10-1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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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앉아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걸기 위해서 다가오면, 아랫사람이라도 일어나서 맞아라. 이 말은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약자에 대한 예의범절이다.

국제구호전문가인 한비야의 경험담이다. 하루는 가까운 언니가 ‘괜찮은 남자’가 있는데 한 번 만나보지 않겠느냐고 전화가 왔다. 나이도 꽉 찬
여자가 ‘괜찮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아 그날 저녁에
서둘러 만나기로 했다. 동갑내기 그 남자는 정말 괜찮았다. 화제도 풍부
하고 유머 감각도 뛰어난 엘리트 기업가였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의 대화가 내내 유쾌하고 즐거웠다. 하지만 좋은 건 거기까지였다. 운전기사가 늦게 나타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렇게
정중하고 예의바르고 부드럽던 ‘괜찮은 남자’가 갑자기 뒤채는 명량바다
의 물결처럼 돌변했다.


운전기사는 얌전하게 생긴 60대 초반의 남자였다. 운전기사가 주차장에서 빠져 나오는데 앞차에게 가로막혀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보행자가 많은 큰길가에서 ‘괜찮은 남자’는 시종 반말로 큰 소리 쳤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그 다음이다. 자신의 차로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는 걸 택시로 가겠다니까, 그럼 택시는 자기가 직접 잡아주겠다며 승용차에서 내렸다. 때마침 그 옆을 지나던 시각장애인과 부딪쳤다. 그 순간‘괜찮은 남자’가 용수철처럼 한마디 내뱉었다 “에이, 재수 없어.”

“재수 없다니, 정말 재수 없는 사람은 바로 너다, 이놈아.” 때마침 건널목 신호가 바뀌어서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맞은편에 있던 택시에 올라탔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괜찮은 남자’의 기억을 깨끗이 지웠다. 그렇게 약자를 함부로 대하는 비루한 사람을 더 이상 만나고 싶지 않았다.

‘1그램의 용기’에 나오는 얘기다.

인품의 성숙도는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안
다. 이 세상에는 자기보다 힘이 센 사람 앞에서 비굴하고, 반면에 자기보
다 약한 사람 앞에서 무례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이런 사람의 인품은 텅
빈 강정 같다. 비겁하고 추하다.

다윗이 긴 전쟁을 마무리하고 통일 이스라엘의 왕으로 등극했을 때다. 다윗은 자신의 경쟁자였던 사울의 후손 중 간신히 살아남은 므비보셋을 왕궁으로 불러 자비를 베풀었다. 다윗은 ‘갑’의 위치에 있는 강자였지만 ‘ 을’의 위치에 있는 잡초 같은므비보셋을 귀중히 여기며 보살폈다.

다윗처럼 약자에게 자비와 선을 베풀라. 약자를 업신여기는 무례를 당신은 범하지 말라. 당신의 너그러운 인품이 바다를 향하는 강물처럼 멈
추지 않고 흐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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