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떨어지는 나뭇잎

2015-10-12 (월)
크게 작게
연창흠(논설위원)

봄에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나와 연초록 잎이 된다. 여름에는 그 잎이 검푸르고 무성하게 자란다. 그리고 가을에는 그 잎들이 땅에 떨어진다. 그래서 가을은 낙엽의 계절이다.

뭐가 그리 급한지.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형형색색의 모습으로 바람에 춤을 춘다. 달리는 차창 곁을 흩날리다 내려앉는다. 가을 색으로 치장한 나뭇잎들이 나무와 안녕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때마침 햇살마저 낙엽을 비추며 가을을 배웅하려한다.


흩어진 낙엽들은 낭만적이다. 바스락거리며 뒹구는 소리가 너무 듣기 좋다. 낙엽을 밟는 소리도 그렇다. 청량한 공기와도 참 잘 어울린다. 낙엽 타는 냄새는 갓 볶아낸 커피 향이라 한다. 낙엽 가득한 벤치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 가을의 멋과 여유로움이다. 깊어가는 계절을 느끼는 행복 그 자체다. 그것이 바로 가을낙엽의 매력 아니겠는가?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 인생을 생각하게 된다. 낙엽 속에 인생의 교훈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낙엽은 마지막을 떠올리게 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때가 되면 사라진다.나뭇잎은 한여름 싱그러움과 푸름으로 그 자태를 뽐낸다. 가을이 되면 메마른 잎으로 변한다. 자기 몸도 가누지 못한 채 떨어지고 만다. 인생에서 청춘기가 황혼기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서 아무리 잘난 사람들도 때가 되면 떠난다는 의미다. 그러니 마지막이 있음을 알고 겸손하게 살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인생이란 얘기다.

나무는 계절에 따라 싹이 나고 잎이 돋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나뭇잎들은 여름 내내 줄기를 뻗고 나무를 성장시킨다. 잎에서 내뿜는 산소로 자연과 인간을이롭게 한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 떨어진 잎이 낙엽이다. 그런 삶을 살았기에 낙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삶을 의미 있고 보람 있게 산 사람의 마지막은 아름다운 법이다

흔히 사람들은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면 슬픔과 고독을 느낀다. 낙엽은 나무와의 이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낙엽은 이별이 아닌 또 다른 준비다.

나뭇잎이 떨어져 낙엽이 될 때 다가오는 것은 끝이 아니다. 아픔도 상처도 죽음도 아니다. 그건 분명한 새 생명의 다가옴이다. 내일을 준비하는 소중한 소망의 날개 짓인 것이다. 그러니 낙엽은 안타까움이 아니다.

다시 찾아올 새 잎의 싱싱함이자 흐뭇함이라 하겠다. 인생 역시 그렇다. 마지막 속에 또 다른 시작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때를 알고 떠나는 자는 미덕과 아름다움이 있다고 한다. ‘새로운 탄생’을 위해 아름답고도 장엄하게 떨어지는 나뭇잎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낙엽이 주는 삶의 교훈을 얘기하다 보니 ‘나무는 가만히 있고 싶지만 바람이 분다’는 속담이 떠오른다.바람은 구름을 몰고 온다. 구름은 비를 내려준다. 바람은 또한 계절을 몰고 다닌다. 바람 없이 나무가 살 수 없는 이유다. 나무는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추 세운다. 필요한 만큼 가지도 뻗는다.그러면서 잎을 펼치고 꽃을 피우며 열매를 맺는다. 이처럼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자라는 나무는 없다는 의미다.


이 세상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흔들리지 않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사노라면 몸도 마음도 흔들릴 때가 더러 있다. 누구나 살아 있기에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우리네는 아무리 모질고 거센 세상의 풍파에 시달리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세파를 딛고 일어서며 사는 모습이 바로 삶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계절에 낙엽에 담긴 삶의 참다운 의미를 깨달아야 한다.그래서 낙엽처럼 책임 있는 존재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힘써야 한다. 낙엽과 마찬가지로 죽음까지가 우리의 진정한 삶이기에 임종의 순간까지도 부끄러움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낙엽의 의미처럼 자신의 진실 되고 참다운 인생의 발자취를 이 세상에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단 한번 뿐인 인생이기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