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를 `이웃’이라 부르는 사람

2015-10-12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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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뉴욕가정상담소 무지개의집 디렉터)

흔히 ‘이웃’이라고 하면 주로 내가 살고 있는 집 주위에 살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하지만 과연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는 사람들 만을 이웃이라는 테두리에 묶어 둘 수 있는 걸까? 그중 일부는 자신의 이웃이 될 사람들의 기준을 신분, 지위, 생활 수준으로 하고 그 차이가 있다면 바로 옆집에 살고 있다고 해도 이웃으로 대하려 하지 않는다.

우리 중 또 다른 사람들은 자기의 이웃이 얼마나 훌륭하고 대단한 사람 인지에 열정적으로 자랑하는 사 람들도 있다.소위 잘 나간다’는 사 람들이 자신의 이웃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운 것이다.


본인이 내세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자신의 환경이나 주위를 내세워 스스로와 그 이웃이 비슷한 조건의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느끼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렇게라도 해야 다른 사람들이 존경을 하거나 부러워할 거라고 착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 어느 누구도 그런 사람들을 전혀 부러워하지도 존 경하지도 않음을 알고 있을까.

성경에 보면 선한 사마리아인 의 비유가 나온다. 강도를 만나 쓰 러져 있는 한 사람을 소위 동포라 는 사람들은 다 스쳐지나가는데, 사람들이 멸시하던 이방인 같은 사마리아인이 오히려 그를 도와 준다는 이야기다. 그 사람을 스쳐 지나간 당시 지도자격인 사람들 에게 ‘저기 강도를 만난 사람이 당신의 이웃입니까, 아닙니까’라고 묻는다면 그들은 분명 그럼요, 내 이웃이죠’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그 강도 만난 사람 에게‘누가 당신의 이웃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무슨 대답을 할까? 자신을 보고 그냥 지나간 사람들을 가리키며 그들을 이웃 이라고 할까? 그에게는 그를 도와 준 사람이 그의 이웃인 것이다. 우 리가 아무리 어려운 사람을 불쌍히 여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우리 를 이웃으로 여겨 주지 않으면 비록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어도 우리는 그의 이웃이 아닌 것이다.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그가 베푼 친절은 다음과 같다. 1. 다가 갔고(emotional care) 2. 상처를 치료했고(medical care) 3. 쉴곳을 제 공했고(shelter care) 4. 후속조치를 했다(after care: social service). 무지개의 집에는 가끔 타인종 여성들이 도움을 받기 위해 온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것은 한국인들의 따뜻한 마음이다. 우리의 이웃이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이고, 진정한 이웃은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직접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이 아닐까?

이웃이라는 단어 앞에 많이 붙는 수식어는 좋은 이웃, 선한 이웃 등 대부분 좋은 형용사다. 나의 이웃은 나를 말할때 어떤 수식어를 붙일까? 과연 나를 좋은 이웃이라 불러주는 사람이 있 을까? 결실의 가을이 찾아왔다. 풍성한 마음으로 좋은 이웃이 되어 도움을 나누어주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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