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리건의 순교자들에게 머리를 숙인다

2015-10-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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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목사)

그 순간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죽음이라는 마차는 조종을 울리면
서 찾아온다고 하는데...

오리건의 평화로운 음프콰(Umpqua) 칼리지
에 죽음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밝은 오전에 강의실 복도에서 한 방
의 총성이 울렸다. 총알은 유리창을 뚫고 강의실로 날아들었다. 강사는 쓰러졌고 26살의 범인 머서는 강의실로 쳐들어왔다. 학생들을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만 일어나게 했다.


범인은 물었다. ‘아 유 크리스천?’ ‘예스!’라고 대답하면 ‘넌 크리
스천이니까 1초 후에 하나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는 비웃음으로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그자리에서 ‘노’라고 대답한 이들에
게는 총을 쏘지 않았거나 다리를 향해 가격했다고 한다.

첫 번에 쓰러진 젊은이는 얼떨결에 당했다고 치자. 두 번째, 세 번째로 쓰러진 젊은이들은 바로 직전에 ‘예스!’는 곧 죽음인 것을 살이 떨리도록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명의 젊은이들은 ‘예스! 예스! 예스!’를 외치며 죽음을 줄지어 맞아드렸다. 살고싶어 하는 삶의 본능마저 마비시킨 채로... 어쩌면 저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스스로 죽음을강렬하게 선택했다.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비굴하지 않
았다. 예고 없이 찾아온 죽음을 당당하게 받아들였다. 금세기 최초의
미국의 장렬한 순교자 9명은 이렇게 탄생되었다. 머리를 숙인다.

20세기를 마지막 보내기 직전인 1999년도에 콜로라도 콜롬바인 하
이스쿨에서도 유사한 총격사건이 일어났었다. 범인들은 17세의 고교
생 소녀 레이첼 스코트에게 ‘너 하나님을 믿느냐?’고 물었다. 레이첼
은 ‘예스’라고 대답했고 그 자리에서 어린 소녀는 담담하게 죽음을
맞았다. 그때에 레이첼은 20세기 마지막 미국의 순교자가 되었다.

지난해 6월에는 SC 찰스턴의 감리교회에서는 예배하던 목사와 교
인들 9명이 총격범에게 생명을 잃었다. 흉악범들은 예고도 없이 순간
적으로 들이닥칠 것이다. 그리고 물을 것이다. ‘아 유 크리스천?’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무엇인가?

‘예스? 노?’ 어느 쪽인가? 우리의 신앙을 돌아보게 한다. 죽음은 예
고 없이 찾아올지라도 승리의 신앙고백은 미리 예비해야 한다. 언제,
누구 앞에서라도 ‘예스!’할 수 있다면 위대한 신앙이다. 이 순교적인
삶은 순교보다 더욱 위대하다.

최근에 반기독교적 세력들이 미국 교회를 짓밟아 버린 것 같아서 많이
답답했다. 미국 교회에 젊은이들은 다 사라진 줄로 알았다. 그런데 하
나님은 아직도 미국에 무릎 꿇지않은 경건한 젊은이들을 이렇게 많
이 남겨 놓으셨다. 참으로 위대하다. 숨겨졌던 오리건의 젊은이들을
참으로 존경한다. 교회는 순교자들의 피로 승리해왔다.

‘마음으로 믿어 의에 이루고 입으로 시인하여 구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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