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학구 관장.

이열모 화백.
실경산수화의 거장 이열모(83) 화백이 자신의 소장미술품 200여점과 미술책자 500여점을 고향인 충북 보은군에 기증했다.
창운 이열모 화백은 지난 1일 LA를 방문한 충북 보은 정상혁 군수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장학구 관장에게 자신의 그림 200여점, 자료책 500여권, 자신이 사용하던 화구 등을 모두 기증한다는 협약식을 가졌다.
이열모 화백은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과 운영위원, 중앙미술대전 심사위원,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 작가선정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경희대학 교수로 15년, 성균관대학교 교수와 사범대 학장으로 14년 재직한 후 정년퇴임하고 2007년 아들이 있는 이곳 남가주로 이주했다. 이 화백은 미국으로 이주한 후에도 LA 한인타운에 스튜디오를 열고 계속 그림을 그리고 개인전을 열기도 했으나 최근 폐렴으로 건강이 나빠져 양로병원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번 기증은 4년 전 이천시립월전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 때 장학구 미술관장에게 기증 의사를 밝혔고, 2년 전 정상혁 군수를 만났을 때 다시 확인한 바에 따라 이루어졌다.
보은군은 기증받은 작품들은 당분간 월전미술관에 보관하다 향후 이열모 미술관을 건립해 전시할 예정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지는 이미 마련돼 있고 내년에 건축이 시작돼 2017년 완공될 전망이다.
협약식 참석 차 LA에 온 장학구 관장은 한국화의 대가로 화단을 이끌었던 월전 장우성 화백(작고)의 아들로, “이열모 선생은 아버지의 서울대학 수제자였던 정통 한국화가”라고 말하고 “이번 기증에 대해 이열모 선생 자신이 굉장히 기뻐하고 나도 일을 거든 사람으로서 큰 보람 느낀다”고 밝혔다.
서울 삼청동과 이천 두 곳에 있는 월전미술관의 관장을 맡고 있는 장 관장은 “아버지 월전 선생은 평생 그림과 함께 살면서 우리나라의 고급 문화유산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하나씩 수집한 것이 1,500여점이나 모여 애지중지 소장해왔다”고 설명하고 “자신이 타계한 후 후손들이 제대로 관리 못해 그 보물들이 흩어질 것을 우려해 나에게 잘 간수해 갈 제도적 틀을 마련하라고 당부하신 말씀에 따라 뒤늦게 경희대 박물관 경영 최고 경영자과정을 공부한 후 부친의 뜻에 따라 2개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월전미술관은 개인 소유였으나 모두 이천시에 헌납,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가기관이 영구적으로 관리하도록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다.
장학구 관장은 “보은은 풍광이 좋고 근대화된 마을이라 이열모 화백의 미술관이 지어지면 많은 사람들이 찾고 한국의 자연을 담은 수묵담채화를 많이 감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