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달빛처럼

2015-10-05 (월)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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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국에서 8월 한 가위를 보냈다. 독립공원을 걸으면서 나무사이로 걸려있는 보름달은 남달리 밝고 깨끗했다. 어려서 시골에서 보았던 그 달이 틀림없었다.

달빛을 등에 지고 손병희 선생님 등의 동상 앞에 서니 더욱더 마음이 새로웠다. 그분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얼마나 애쓰셨고, 또 이 독립공원은 그분들이 투옥됐던 옛 한성감옥이 아니던가! 또 많은 독립투사들이 생명을 바친 곳이 아니던가? 두 어깨가 무겁고 숙연해지면서 나 자신과 우리 현대인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오죽했으면 옛 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가위만 같아라.”고 했을까? 참으로 즐겁고 좋은 날이었지만 한국의 오가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빛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공원에 온 사람들의 모습도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이 공원은 금연지역이라 만일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과태료가 10만원이란 표지가 붙어 있는데도 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추석이어도 갈 곳이 없음인지 술에 취해 돌 벤치에 누워 있는 사람도 보였다. 이들 모두가 추석이란 짐을 벗지 못해서일까? 달빛은 밝게 사람들을 비춰주며 내려다보고 있는데...

또 주변 큰 화분단지에 시범농장처럼 심어져 있는 피마자, 토란, 고구마, 딸기, 벼 그리고 여러 가지 꽃들이 자연동산을 이루고 있는데 사람들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구 짓누르고 있다. 자연은 자연스럽게 달빛을 반기고 있는데도 $ 어느 핸가 과일 나무에 꽃은 잘 피었는데 열매가 없더라고 했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전자파 때문에 나비와 벌들이 방향을 잃고 꽃들을 찾아가는 매개체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라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세상의 조류에 따라가다 한가위의 즐거움이나 달빛의 아름다움마저 잃지나 않았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 잘 순응하며 자연이 주는 혜택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무엇보다 자연과 친해지는 삶을 살았으면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즐기면서 자연 속으로 파고든다. 그러면서도 자연에 대한 감사나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놀라운 이기에 대해 전혀 마음을 쓰지 않는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혜택을 따지자면 한이 없다.

누워있던 술꾼 옆에 앉아있다 일어나 달빛을 쳐다보며 우주를 창조하신 조물주에게 감사를 드렸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면서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선교를 해올 수 있음에... 지금 내 머릿속은 보름달만큼 과테말라 선교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있다. 과테말라 정부가 자녀들의 교육을 우리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맡긴 사실에 감사하며 이 과제를 충실히 잘 감당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한재홍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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