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회는 기업이 아니다

2015-10-02 (금)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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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본질이 무엇일까. 쉽게 말해 교회는 신앙의 공동체이다. 여기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교회의 머리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그리고 삼위일체, 즉 성부와 성자와 성령을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또한 예수를 믿으면 구원을 받아 죽어 다시 부활하는 부활의 신앙도 가지는 영생을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이기도 하다.

교회의 본질 가운데는 개인구원도 있지만 이웃과 사회를 변혁시켜 나가는 사회구원의 요소도 있다. 이웃 사랑하기를 내 몸 같이 하라는 예수의 말씀은 교회 본질을 잘 나타내주고 있는 말씀이요 그 이웃 사랑을 통해 세상이 변하여 서로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가는 사회를 이루어 나가게 하는 것도 교회의 본질에 속한다.

또한 교회는 이웃 사랑만 하는 곳이 아니라 구약의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인도했듯이 정의를 이행하고 따라가야만 하는 본질도 가지고 있다. 흔히 하나님을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이라 부르는데, 이 말은 교회는 사랑은 물론, 세상의 부정과 부패, 그리고 잘못 되어지는 구조 악 같은 것을 지적하고 알게 하는 곳이 교회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교회는 세상에 속해 있으나 세상에 속해 있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사회를 정화시키고 바른 곳으로 인도하며 사람들을 신앙으로 천국에 이르게 하는 곳이 교회의 모습이요 본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교회가 본연의 교회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때 문제는 발생한다. 그것도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목사들 때문에.

그 중 하나가 교회의 세습이다. 교회의 세습이란 담임목사가 은퇴할 때 직계 존속이나 가족에게 교회의 담임을 물려주는 것을 뜻한다. 직계 존속 안에는 아들과 딸이 있고 가족에는 사위와 며느리, 형제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세습은 왕조시대에나 있었던 것으로 지금 그 세습을 가장 잘 이행하는 곳은 다름 아닌 북한을 들 수 있다. 왕조시대에나 있어야 할 세습을 교회가 서슴없이 행할 때 그 교회는 교회가 아닌 기업 형 교회라 부를 수 있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여 자신과 가족을 먹여 살리며 그 직계와 가족들에게 대대로 세습시킨다. 민

주주의 자유 경제시장 체제 하에서는 이런 기업들의 세습은 당연하며 허물될 것이 없다. 그러나 교회의 세습은 다르다. 이미 한국의 내 노라 하는 교회들이 세습을 했고 세습 안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수렴청정아래 수만의 교인들의 머리가 돼 있다.

가끔 방송을 통해 나오는 세습된 아들 목사들의 설교를 들을 때 “어떻게 저런 일이 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나!”하며 통탄을 해도 그것이 현실인 것을 어쩔 도리가 없다. 세상의 교회가 이렇게 변해 있다.

금년 나이 70이 되어 정년 은퇴해야 할 한국의 명성교회 담임 김삼환목사. 그의 은퇴 후, 과연 명성교회에 누가 담임으로 올지가 주목된다. 명성교회하면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한국의 대형교회 중 하나다. 교회는 지난달 27일 주보를 통해 담임목사 청빙을 위한 청빙위원회가 구성됐음을 알렸다. 그리고 후임목사 청빙에 들어갔다.


김삼환목사에겐 김하나란 아들 목사가 있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들어간 유학파 목사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간 김하나목사는 명성교회 주변에 새노래명성교회를 개척해 담임하고 있다. 문제는 김하나목사가 세습할 것이라는 소문이 주변에 나돌고 있음이다. 방법은 직접세습이 아닌 간접세습이나 혹은 통합세습이 되리란 소식이다.

어쨌든 세습은 세습이다. 김하나목사가 명성교회를 세습하면 이미 세습된 금란교회와 광림교회에 이어 또 하나의 한국의 대형교회 세습이 된다. 교회의 본질 속엔 교회의 담임목사 세습이란 없다.

세상과 달라야할 교회가 스스로 세속화되어가는 모습을 본다. 교회는 기업이 아니다. 교회를 기업으로 착각하는 목사들, 회개해야 한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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