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이 드는 내가 좋다’를 읽고

2015-10-02 (금) 이경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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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일 날 부르더스 호프 공동체에서 일하는 한 분이 나에게 책 한 권을 주었다.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가 썼고, 원 마루가 옮긴 ‘나이 드는 내가 좋다(Rich in Years)’라는 책이었다.

저자는 부루더스 호프 공동체의 목사였으며, 40여 년간 많은 이들과 상담을 했다. 그는 마틴 루터 킹 목사, 마더 테레사 수녀, 인권 운동가 세자르 차베스처럼 평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과의 상담 내용을 중심으로 자기의 생각을 써 내려간 글이며, 책 전체를 11개 스토리의 소제목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상한 것은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의 제목처럼 나이 드는 내가 좋아지기 시작하는 거다. 성경에도 하나님께서 나이 든 사람을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신다는 내용이 나온다.


아들 이삭이 태어날 때 아브라함은 100살이었고, 하나님의 백성을 출애굽 시켰을 때 모세는 여든 살이었다. 스가랴와 엘리사벳이 세례 요한을 낳았을 때 두 사람이 ‘나이가 많았다’고 기록되어 있듯이, 하나님께서는 나이든 나를 사랑하시는 것이다.

책에서 특히 감동되었던 부분은 오랫동안 저자의 집필작업을 도와주었던 엘렌카이텔릭과 존 하이드, 어릴적 단짝이었던 루디 칠델과 아이린 로버트 쇼의 이야기, 축구선수였지만 일생동안 세탁소를 경영하면서 사람들에게 선을 베풀었던 빈스와 진 데레카 노부부의 이야기들이다.

이 중 가장 나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것은 지은이의 누나 로즈빗 메이슨의 이야기다. 저자의 누나는 열 살 된 딸을 골육종으로 잃었고, 이어 몇 주 뒤에 남편 데이브가 암 진단을 받아 여섯 달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얼마 후 자기까지 암에 걸리고 나니, 언젠가는 죽어야 할 우리의 운명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중학교 교사였던 메이슨은 포기를 잘 몰랐다. 그 때마다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했고, 혼자서 잘 하던 일도 ‘그냥 다른 사람이 하게 놔두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특히 공감 가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제는 조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해”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뭔가 기여해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 된다는 생각은 접어야 해”라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오랫동안 고민하고 해결하지 못했던 나의 문제가 떠오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화해 못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화해시키려 애썼던 나 자신에게 이들의 불화가 나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자책했던 일이었다.

내가 무엇이길래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단 말인가. 이 생각 또한 자만이었던 것이다. 오직 하나님만이 때가 되면 해결해 주실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기여해야만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접어야 해’라는 말을 이 순간 되씹으며 마음속에 깊이 새겼다.

<이경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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