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감투와 신발과 주의 종

2015-10-02 (금) 김해종 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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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특히 뉴욕과 워싱턴과 필라델피아에 큰 바람이 불고 지나갔다. 교황 프란치스코의 바람이다.

첫째는 교황의 방문은 천주교회 뿐 아니라 크리스찬 전체의 위상을 높여주었다는 점이다. 가는 곳 마다 칭찬과 환영과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오늘 같이 모슬림 근본주의자들의 잔인무도한 테러에 대조되게 예수님의 가르침을 보여주고 사랑과 자비와 평화에 포커스를 해 주었다는 점에서 목사의 한사람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물론 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개신교인으로서 `교황’제도에 대해서나 천주교회의 이부 교리에 대해서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교황의 자리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가진 ‘감투’의 자리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은 섬기는 자의 자세로, 홈레스와 한자리에 식사를 하고 죄수들의 발까지 씻겨가면서 섬기시는 목자의 ‘신발’의 자리를 보여 주었다.

오늘, 내가 속해 있는 개신교에는 교회를 대표하고 하나로 통합 시켜주는 지도자가 없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전에는 그래도 빌리 그래함 목사 같은 인물이 개신교인의 구심점을 이루어 주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는 대형교회들을 만든 뛰어난 목회자 내지는 설교가들은 있으나, 영적 구심점을 잃고 있다.

내가 속해 있는 미국연합감리교회도 영국 정교회(성공회)에서 따온 종신적 ‘감독제도( life Bishop)’ 를 가지고 있어 연회의 수장인 주재감독은 큰 권력을 행사하는 ‘감투’의 자리이다. 그러나 4년마다 한번 오는 총회에서, 결원이 된 감독 티오 (TO) 만을 뽑기 때문에, 자주 감독을 선거하기 위해 생기는 정치적인 폐단은 적은 셈이다.

거기에 비해서 한국 감리교회는 장기집권을 무서워해 2년마다 감독을 선출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선거 과정은, 표를 많이 얻기 위한 정치적 행위가 따르고 그에 따르는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본인은 1992년도에 한인 최초로 감독으로 선출된 후 서부 뉴욕 연회에서 8년 피츠버그 지역 서부 펜실베니아 연회에서 4년을 복무하다 2004년에 은퇴 했다. 나는 연회의 목사로서 영적인 지도자로 섬기는 자세로 ‘신발’의 역할을 하려 애썼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감투욕을 버리고 ‘신발’처럼 섬긴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사회가 되겠는가? 그것이 주의 종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큰 교훈이라 하겠다.

<김해종 전 연합감리교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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