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인디언들은 전쟁을 할 때 적들에게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 화살촉에 독을 발랐다고 한다. 독화살에 맞아 고열에 시달리고 사경을 헤매게 되면 그 독을 해독하기 위해 다려먹는 식물 뿌리가 있었다. 다린 물을 마시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열이 떨어지고 정신이 돌아왔다고한다. 그런 유래로 그 식물은 ‘화살뿌리’(arrowroot)라고 불렸다. 애로룻, 즉 화살뿌리는 바로 칡이다.
우리나라 각지의 등산로 입구에는 칡즙을 판다. 최근에는 칡음료도 시판되고 있다. 술을 마신 다음날 술독으로 지친 간의 열을 풀고 해독하기 위해 술꾼들이 마시는 칡즙, 인디언들이 해독을 위해 처방한 애로룻과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본초서에도 칡은 주독을 풀고 백 가지 독을 없앤다(解酒毒殺百毒藥)고 하였고, 특히 생칡즙은 열을 풀고 출혈성 질환에 응용한다고 했다. 단 생칡즙은 성질이 아주 차서 속이 냉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
여름이면 넓은 잎을 펼치며 왕성하게 자라는 칡은 우리나라 어디를 가던지 산기슭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덩굴식물이라 나무를 휘감아 올라가기도 하고, 양지 바른 곳으로 산지사방으로 흩어지며 자라기도 한다. 칡덩굴에 휘감긴 나무는 덩굴이 자라면서 서서히 옥죔을 당하고 햇볕을 받지 못하다가 결국은 죽고 만다. 산기슭에 위치한 과수원에 칡덩굴이 슬금슬금 기어 들어오면 가차없이 없애야 하는 이유다.
칡(Pueraria thunbergiana)은 다년생 콩과의 덩굴식물로 풀처럼 생겼지만, 줄기가 해마다 굵어져 나무로 분류된다. 뿌리를 약용으로 쓰는데, 갈근(葛根)이라 부른다. 칡차는 갈근을 달인 차를 말한다. 갈근은 발한·해열·해독하고 갈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다. 또한 설사 치료의 성약(聖藥)이라 하였는데, 속이 냉한 경우의 설사가 아니고 오히려 열이 많아 발생하는 설사에 쓴다.
예를 들면 평소 얼굴이 붉고 열이 많으며 술을 즐기면서 설사가 잦은 사람에게 적당하다. 칡의 성질이 해열, 해독하므로 이질에도 응용할 수 있다.
칡뿌리는 녹말이 풍부해 옛날에는 구황작물로 식용했었다. 요즘은 갈분(葛粉)을 만들어 국수나 건강식품으로 만들기도 한다. 맛이 달아 차로도 널리 음용되고 있다. 그런데, 효과 있는 좋은 칡차를 마시기 위해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항이 바로 칡뿌리의 채취 시기다. 모든 뿌리 약재가 그렇듯이 칡도 뿌리로 약기운이 내려왔을 때 채취해야 한다. 뿌리 약재의 채취 시기는 주로 잎이 시들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이나, 새싹이 돋기 전 초봄이 적기다. 약용으로 쓰는 갈근은 한겨울에 쌓인 눈을 걷어내고 언 땅을 삽으로 파서 채취하기도 한다. 이렇게 채취한 갈근은 일명‘ ‘겨울칡’이라고 하는데, 약성이 강한 약을 필요로 하는 임상가에서 귀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시중에 식용으로 유통되는 칡뿌리들은 산사태를 막기 위한 사방공사 포클레인 작업 중에 수집하거나, 채취가 용이한 여름에 캐는 경우가 많다. 여름에 캔 칡뿌리는 당연히 겨울칡에 비해 속이 비고 약성이 약할 수밖에 없다. 칡차를 구매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고 확인해야 한다.
늦여름에 피는 보라색 칡꽃(갈화·葛花)은 코를 대고 킁킁대면 은은하고 달콤한 향기가 가득하다.
이 칡꽃이 주독을 풀어 주는 갈화해성탕(葛花解醒湯)의 주 약재로 술 해독의 특효약이다. 끓는 물에 꽃잎을 넣고 가볍게 저은 다음 후후 불면서 마시면 된다. 한나절 숲속에서 노는 셈치고 봉지 가득 칡꽃을 따서 냉동실에 보관해 두면 일 년 내내 차로 먹을 수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따뜻하고 달콤한 칡꽃 향을 맡으며 술에서 깨는 색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