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빅테크 수주한 삼성 파운드리…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 신호탄”

2025-07-27 (일) 07: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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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테일러 공장서 생산 전망…2∼4나노 첨단공정 활용할 듯

▶ 파운드리 사업 축소하는 경쟁사 인텔과 행보 대비

빅테크 수주한 삼성 파운드리…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 신호탄”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2025.2.14 [삼성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삼성전자가 23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글로벌 빅테크 수주를 따내면서 그동안 적자 늪에 빠져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업계 이목이 쏠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에 활용되는 4나노(㎚·1㎚=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 수율이 일정 수준까지 올라온 가운데 추후 또 다른 빅테크의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대형기업과 총 22조7천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28일(한국시간)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이달 24일부터 오는 2033년 12월 31일까지로 8년 이상의 장기 계약이다.


이번 공급계약은 작년 삼성전자 총 매출액 300조8천709억원의 7.6%에 해당하는 규모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단일 고객 기준 최대급 계약이다.

이번 수주로 삼성전자는 2∼4나노 공정을 활용한 AI 칩을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30년 가까이 10나노 이상의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370억달러(약 54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하고, 내년 가동 개시를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당초 테일러 공장은 2024년 말 가동을 시작해 4나노 공정 AI 반도체 칩을 생산하기로 했지만, 고객사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지연된 바 있다.

이번 대규모 수주로 삼성전자의 첨단 공정 수율도 일정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영상 비밀 유지에 따라 고객사는 비공개지만, 업계에선 이번 고객사가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 중 하나로 추정한다.

시장에서는 테슬라가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과 자율주행차에 모두 2나노급 최신 AI 칩을 쓸 것으로 관측한다.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도 최신 파운드리 공정을 활용해 자율주행용 AI 칩 등을 설계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이번 계약 이후 추가 고객사 확보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물론, 분기마다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 사업부의 실적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2분기 잠정실적에서 영업이익 4조6천억원을 기록했는데, 시장에서는 이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 1조원 미만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실적 부진의 주된 요인에는 파운드리의 적자가 꼽힌다.

또 업계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후발 업체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존재감을 드러낼지도 주목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67.6%, 삼성전자 7.7%였다. 중국 SMIC는 6%로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따라오고 있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행보는 경쟁사인 인텔 파운드리와 다소 대비되는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인텔은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파운드리 사업 대폭 축소에 나섰다.

인텔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독일과 폴란드에서 계획했던 신규 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취소하고,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에서의 테스트 및 조립 공정을 통합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분기 파운드리 부문에서 영업손실만 31억7천만달러에 달하는 가운데 향후 수요가 확실할 때만 공장을 건설한다는 보수적 기조로 전략을 전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글로벌 대형기업이 큰 규모의 공급 계약에 있어서 삼성전자를 선택했다는 건 단순한 수주 계약이 아닌 삼성전자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의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아직 TSMC에 대적할 만큼 규모의 경제를 이루진 못하겠지만, 계속 사업을 키워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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