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승리’ 평가…경기침체 우려와 비판 불식 전환점될 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로이터]
유럽연합(EU)이 15%의 관세율에 합의한 것을 두고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7일 미국과 EU의 무역협정은 지금까지 발표된 협정 중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절실한 성과였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초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90일 동안 90개국과 협상을 타결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상대국과의 이해가 첨예하게 갈리는 무역 분야에서 미국이 바라는 대로 일방적으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적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수개월간 무역 협상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필리핀과 일본, 인도네시아에 이어 미국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EU와의 협정까지 타결하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내용상으로도 미국이 원하는 것을 대부분 얻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더글러스 어윈 다트머스대 교수는 "EU는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그러지 않았다"며 "EU는 트럼프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EU와의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긍정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과 실업 증가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 경제 침체라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여당 공화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참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뒤따랐다.
그러나 EU와의 협정은 이 같은 우려와 비판 여론을 잠재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이날 발표된 무역협정은 포괄적인 합의가 중심이기 때문에 세부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라는 평가가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짧은 기간 내에 보여줄 수 있는 성과를 원한 트럼프 행정부가 구체적인 세부 내용에 대해선 협의를 미뤘기 때문이다.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무역정책 전문가 앤드루 헤일은 "EU와의 합의에 대해 너무 큰 기대는 금물"이라며 "합의 상당 부분은 결국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인 배경은 무역전쟁 회피를 위한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과 무역전쟁이 벌어질 경우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수출 산업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EU에서 정치·경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독일의 경우 주력 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존망이 이번 협상 결과에 걸린 상황이었다.
EU에 대한 30%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독일 등 일부 국가가 미국과의 개별협상에 나서고, EU 단일 시장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될 정도였다.
EU가 7천500억 달러(약 1천3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기존 투자건 외에 6천억 달러(약 830조7천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하는 등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도 EU의 정치적 통합 유지라는 필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러시아의 위협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안보동맹을 최대한 긴밀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EU가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배경의 하나로 보인다.
앞서 일본이 15%의 관세율과 함께 농산물 시장을 일부 개방하고, 5천500억 달러(약 761조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등 미국에 양보한 것도 안보를 위한 전략적인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