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간을 존중하라”는 교황의 당부

2015-09-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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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역사적인 미국방문이 큰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5박6일의 길지 않은 방문이었지만 교황은 낮은 자세로 소외된 이들을 어루만지고 위로하는 예의 파격행보를 이어가면서 정치적 현안들에 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거침없이 피력했다. 일생을 통해 일관되게 사회적 약자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을 가르침과 행동을 통해 역설해 ‘빈자의 성자’라 불리는 교황다운 행보이다.

교황의 미국방문은 단순히 경사스러운 이벤트가 아니다. 그가 세계인들의 가슴 속에 전해 온 감동의 메시지를 아주 가까이서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교황이 24일 행한 연방의회 연설은 주목할 만하다.

교황은 이민자 문제와 관련해 “국가건설은 우리가 항상 타자와 관계해야 함을 인식할 것을 요청한다”며 “호혜적 연대의 감정을 갖고 적대 감정을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배타적 문화 위에서는 이민자 국가인 미국의 번영이 결코 지속될 수 없음을 강조한 것이다. 종교와 정치의 극단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의 메시지였다.


교황은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면서 다양한 표현들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러나 교황의 당부들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핵심적 메시지는 미국에 오기 전 방문한 쿠바에서 했던 “이념보다 사람을 섬기라”는 말 속에 응축돼 있다.

정치적 이념뿐 아니라 통제 불능의 또 다른 이념이 돼버린 탐욕적 자본주의가 낳고 있는 억압과 차별에 깊은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사변적인 논쟁을 벗어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삶속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의 손을 잡아주고 친구가 되어주라는 실천의 복음을 강조한 것이기도 하다, 이런 가르침의 실천에 이념과 종교의 구분이 있을 수는 없다.

이념과 신분, 그리고 다름을 넘어서는 게 진정한 인간존중이다. 당연히 여기에 적대와 증오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당신은 소외된 이웃에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가. 또 당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을 배척하거나 증오하고 있지는 않은가.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모두를 향해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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