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살 공화국

2015-09-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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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영국 맨체스터)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송 BBC는 주로 영국 뉴스와 유럽 그리고 영국이 지배했던 나라들의 뉴스 일색이지만 내가 가끔 시청하는 알자지라 방송은 지구 방방곡곡에 특파원들을 주재시키면서 전 세계의 뉴스를 전해주고 심심치 않게 한국 뉴스도 가끔 접할 수가 있어 즐겨 시청한다

오늘 이 알자지라방송 채널을 열자마자 한국이야기가 나와 반가워 시청을 하였는데 보다 보니 점점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 했다. 이 채널의 기자가 ‘한국은 자살공화국’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다니는 마치 걸인같아 보이는 노인들을 비춰 주어 처음엔 북한거리 인줄 착각할 정도였는데 이 노인들의 자살률이 OECD 국가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열을 올리면서 보도하였다. 노인들의 거주지역인 쪽방촌을 뒤지면서 여러 노인들과 인터뷰를 하였다.

하루 평균 40-50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충격적인 보도였다. 과장 보도라고 해도 너무나 많은 노인들이 사회로부터 버려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노인들의 대부분이 한국 경제성장의 일꾼이었다는 이 기자의 멘트는 만약 내가 한국에 살고 있다면 똑같은 처지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였다.

내용을 들어 보니 가끔 풍문으로 듣던 대로 자식들에게 모든 재산을 증여하였거나 아니면 스스로 자기 관리부실로 낭떠러지에 떨어진 노인들이었다.

지난번 북쪽의 못함지뢰 사건으로 남북 양측이 초 긴장상태에서 보여준 군사력을 보면 서로 국방비에 쏟아 붓는 예산이 남쪽에서만 내년 40조원이고 북쪽은 인민들의 호구지책보다 국방비를 우선시 한다고 하니 국방비 예산을 조금씩 줄여 사각지대의 이 노인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서양문명의 범람과 함께 핵가족으로의 변화된 사회가 이런 비극을 양산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한때 3세대가 함께 살던 유교문화의 사회 안전망이 그립다. 정치인들은 이제 서로 싸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나라 경제 살리기에도 총력을 기울여 경제 형편이 나아지면 이 사각지대 노인인구의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더 좋은 복지를 실행하게 되면 사회도 자연 더 밝아지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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