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극으로 갈라선 중동의 비극

2015-09-28 (월) 추재옥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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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의과대학 재학시절 청량리 정신병원에 실습 나간 일이 있었다. 당시 강당에는 100여명의 정신질환자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들은 지저귀는 종달새들과 같이 듣는 사람 하나 없어도 밤이 되도록 개골개골 개구리들처럼 하루 종일 무엇인가 재잘거리고 있었다.

그중 한 환자와 대면하는데 도대체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고 내가 하는 질문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아무 의미도 없는 자기 얘기만 계속 중얼대고 있었다. 그 당시 이 병원의 최신해 원장은 내게 그들과 무슨 얘기를 나누었느냐고 물었고 그들과 동조하면 너도 같이 정신이상자가 된다고 귀뜸해 주었다.

울다 웃다 양극단으로 치닫는 조울증, 바이폴로 디스오더(bipolar disorder) 환자들을 사람들은 흔히 정신이 나갔다고 표현한다. 한 몸 안에 남극과 북극, 빛과 어둠, 하나님과 사탄이 동시에 존재하는 증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한 배에 사공이 둘이면 배는 방향감각을 잃는다. 귀신에 홀린 사탄의 자녀들은 jumper가 되어 계속 뛰어내리라는 충동을 받고 있다. 이들은 사탄의 굴레 속에 종노릇하면서 귀한 생명을 초개처럼 취급한다. 시기, 질투, 원망, 분노 등의 악순환이 줄곧 반복되면서 결국에는 자살에까지 이른다. 그러므로 빨리 죄의 쇠사슬에서 벗어나 자유함을 얻어야 한다.

한때 에덴동산과 다름없던 중동지역이 지금 내전으로 인해서 서로 살육을 자행하는 지옥으로 변하고 있다. 수많은 피난민들이 모래사막 뙤약볕 아래서 말라죽거나 아니면 지중해 과적 보트가 뒤집히면서 물귀신이 되고 있다. 터키 해변에 엎드려 숨진 3살배기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시신이 전 세계인을 울리고 있다.

찬란한 고대 문물도,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다마스커스(Damascus)대학도, 동서양의 미를 겸한 아름다운 시리아 여인들도 한갓 물거품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의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 ISIS 반정하나 해결 못한 쇠약한 정권, 강력한 지도력의 결핍 때문이다.

한 나라에 ISIS와 정부군, 두 정권의 공존은 불가능하다. 힘이 없는 활 틀을 벗어난 화살은 맥이 빠져 과녁을 꿰뚫지 못하고 빗나간다.

한국도 6 25사변이 조금만 더 길어졌으면 같은 민족끼리 서로 죽고 죽임을 당하는 동족살생(genocide)으로 인해 하마터면 대한민국이 지구상에서 멸종의 위기를 당할 뻔 했다. 재빨리 UN군을 파병해 전쟁을 종식시킨 미국의 투르만 대통령의 공적에 감사드린다.

범세계적인 협력으로 악마 같은 테러그룹들이 이 지구상에서 퇴치될 수 있도록 강력한 대응책이 속히 마련돼 다시는 제2의 쿠르디 같은 시신이 발견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추재옥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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