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 단상

2015-09-25 (금) 이경림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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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은퇴를 계획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어디로 은퇴를 하느냐일 것이다. 지역적으로 플로리다나 애리조나 그리고 캘리포니아 등이 거론 될 수 있겠으나 크게 도시(Urban)냐 시골(Suburban)이냐로 대변할 수 있겠다. 사람에 따라 조용한 시골 전원 생활을 선호하는가 하면 소음이 있는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는 은퇴지로서 도시를 선호한다. 특히 현재 살고 있는 뉴저지 클립프사이드팍 (Cliffside Park)야 말로 내게는 최적의 은퇴지로 생각되고 있다.

어려서부터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내게 도시의 소음은 도시의 숨소리처럼 들린다. 숨소리가 없는 도시라면 죽은 도시, 삭막한 도시라고 생각할 정도로.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앞길에 맨하탄 가는 버스가 있어 큰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세계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맨하탄을 오갈 수 있다.


5분만 드라이브하면 멋진 팰리세이드 하이웨이를 달릴 수 있고 하이웨이에 설치된 곳곳의 전망대에서 허드슨 강을 끼고 펼쳐지는 뉴욕, 뉴저지의 그림같은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사방 팔방으로 뻗어 있는 고속도를 타고 어디든지 갈 수가 있다.

그뿐이랴? 5~10분 거리에 산재하고 있는 동서양 식품점들, 어떤 종류의 음식이나 식품을 손쉽게 살 수 있고 굳이 루트 4나 루트17까지 안 가더라도 바로 이웃동네 에지워터(Edgewater)에는 고급, 중급, 저급 상품들의 샤핑몰이 한국영화도 상영하는 영화관과 함께 길게 늘어 서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북쪽으로 동네 하나를 건너 뛰면 모든 종류의 병을 다루는 한인 의사분들의 종합 진료소가 있고, 5~10분 거리에 종합 병원이 4개나 있다. 누구나 맞게 될 지 모르는 응급상황에 이처럼 신속 편리하게 대처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결론적으로 내가 선호하는 도시로의 은퇴는 아프면 찾게되는 의료진의 용이한 접근성, 그리고 도시에만 있는 문화 공간의 이용성등을 장점으로 한다면 당연히 도시 은퇴가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조용한 시골 풍경 속에 자신을 묻고 도시의 복잡함을 피할 수 있는 반도시 은퇴가 어느 면에서 정신적 안정을 가져올 수는 있겠으나 잠정적이 아닌 연속적 조용한 생활의 반복이라면 궁극적으로 남는 건 무료함, 지루함, 그리고 고독 뿐일 것이다. 이 또한 사람에게 정신적 질환을 가져다 주는게 아닐까?

운 좋게 내가 사는 아파트는 맨하탄의 전경을 밤낮으로 볼 수 있다. 재작년까지도 허드슨 강에서 벌어지는 독립기념 불꽃놀이도 리빙룸 소파에 앉아서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니 나의 동네가 주는 이러한 여러가지 혜택을 외면하면서 무섭도록 조용한 시골 생활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이경림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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