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묘하게 돌아가는 세계!

2015-09-25 (금)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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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 참으로 미묘한 관계로 돌아가는 것 같다. 얼마 전 중국의 전승절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국빈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북한에선 최룡해가 참석해 국빈은커녕 말석 대접을 받았다. 북한의 1인자 김정은은 초대를 받고도 안 갔는지, 아님 초대조차도 못 받았는지 의구심이 간다.

북한과 중국은 혈맹의 관계다. 그런데 그 관계가 점점 소원해 지는 듯싶다. 중국 전승절엔 러시아는 참석했고 미국과 일본은 참석하지 않았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국 전승절에 참석한 박근혜대통령의 결단에 한국 국민들의 지지도가 올라갔다. 한국과 미국도 혈맹의 관계인데 중간에 일본이 끼어 관계가 서먹서먹하다.

서먹서먹한 정도가 아니라 미국을 등에 업고 이 눈치 저 눈치 다 보고 있는 일본이 결국 그들의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그 야욕을 이루고자 발버둥을 치고 있는 자가 바로 아베다. 지난 19일 일본 참의원(미국의 상원)은 안보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일본은 방위력을 사실상 제한 없이 사용하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됐다.


또 아베는 며칠 전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돼 앞으로 2018년까지 총리자리도 재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그가 일본의 평화헌법 9조를 실제로 폐기할 절호의 기회를 잡은 거다. 허긴, 이미 일본 참의원이 통과시킨 안보 법안 중 자위권법 입법절차가 완성되었기에 평화헌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됐다.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 영구히 이것을 포기한다. 전항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육해공군 및 그 외의 어떤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일본 헌법 제9조의 1항과 2항이다. 말 그대로 평화헌법이다. 이 헌법의 폐기도 시간문제가 됐다. 이미 아베는 일본의 안보관련 11개법 제•개정안을 통과시킨 후기 때문이다. 통과시킨 안보법엔 ‘신(新)미일 방위협력지침’과 일본이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아도 동맹국의 후방지원을 할 수 있는 법안이 있다. 이 말의 뜻을 잘 알아야 한다.

즉, 한국에 주둔해 있는 미군(일본의 동맹국)이 공격을 받을 시엔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에 들어와 미군을 옹호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정부에서는 정부의 허락 없이 이런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하나 한국의 전시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군이기에 미국이 요청할 시 언제든 일본군이 한국에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미•일이 지침삼은 방위협약의 목적은 중국의 견제에 있다. 특히 일본의 역할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큰 도움이 된다. 북한이 아무리 핵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해도 미국과 일본의 관심은 중국과 나아가 러시아에 가 있다. 핵무기 수만 개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와 중국이다. 일본은 언제라도 핵무기 개발이 준비돼 있다.

미국은 일본안보법안 통과를 환영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동맹인 일본군의 군사 활동에 제약이 걸려서는 안 되겠기에 그렇다. 한국만 어정쩡한 상황이다. 전시작전권이 미군에 있는 한국. 그나마 미군이 아니면 북한이 무력침략을 꾀할 테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한국정부가 안타까울 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 된지 70년. 다시 세계는 70년 전이 아니라 10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 일본이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니 그렇다. 대국인 연합국에 의해 두 동강이 난 한반도의 설움은 언제까지 까려나. 그래도 한국•미•일은 동맹이어야만 하니 이것이 세상이다. 미묘하게 돌아가는 세계, 요지경 같은 세상일이다.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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