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계 속에 우뚝 선 한국

2015-09-23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고대 이집트 18왕조에는 하트세프스트라는 여왕이 있었다. 이 여왕은 당시 이집트를 침략 정복한 야만인 종족 힉소스를 축출, 나라를 평화의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여왕은 또 오늘날까지 남아있는 데르 엘 바하리 대신전을 건설하고 현재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소말리아에 이르는 지역 푼트까지 정복하는 대 업적을 남겼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그녀를 고대 여왕중 가장 훌륭한 여왕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여왕을 떠올려보는 것은 최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보이는 여러 행보들에 남다른 관심이 가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잘만 하면 박 대통령도 후세에 남을 역사적인 여성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서다.


박 대통령은 이미 이러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히 외교활동에 성공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얼마전 일촉즉발의 전쟁위기 속에서 북한에게서 얻어낸 극적인 합의라든지, 중국의 70주년 전승기념 행사에 과감히 참석해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함께 자리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도 친밀한 관계를 도모하면서 한국이 필요한 외교성과를 거둔 점이다. 특별히 동북아 패권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통해 실리를 도모했다는 점이 괄목할 만하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 끈기, 인내 등을 십분 활용하고 그동안 익힌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의 언어들을 때맞춰 구사함으로써 얻어낸 결과물들이다. 어릴 때 겪은 양친의 불행한 죽음과 국회의원 시절, 지방선거 출마후보 지원유세 도중 당한 칼 피습사건 등으로 겪은 시련과 고난, 심적 아픔 등도 강한 용기와 결단력을 갖게 한 배경이다.

그녀가 쓴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는 자서전의 제목처럼 자신의 체험을 통한 단련에서 나온 희망의 소산인 것이다.

‘국력은 체력’이라고 했던가. 최근 미국언론은 야구 및 골프 등에서 한국의 아들, 딸들이 눈부신 실력을 보여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것에 대해 연일 대서특필, 국가적 위상이 한껏 드높아지고 있다. 또 이번에는 유엔본부 창설 기념식에서 한국의 태권도가 세계 각국 유엔대사를 비롯 700명의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개돼 국가의 위상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 뿐 아니라 한국의 국력을 대변하는 방산산업에도 서광이 비쳐지고 있다. 한국산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이 중국을 제치고 태국정부가 도입할 차기 훈련기로 선정됐다고 한다. 규모는 1,000억 이상 수준이고 순차적으로 향후 24대를 추가 도입하는 후속계약을 체결할 예정으로 전체 사업규모가 약9,000억에 달한다는 소식이다.

이런 낭보를 등에 업고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세계속에 한국의 힘과 저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절호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번 유엔연설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도발 억제를 호소한다. 평화통일 외교정책에 대한 세계각국의 이해와 지지를 확산시켜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보증진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이 미국과의 동맹, 중국과의 유대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패전 70년만에 다시 전쟁국가로 돌입한 일본을 견제, 동북아의 평화증진에 기여하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더욱 힘을 기울여 남북통일의 초석을 마련한다면 박 대통령은 역사 속에 고대 이집트 왕조를 대제국의 반열에 오르게 한 하트세프스트 여왕 같은 인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juyoung@koreatimes.com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